법대 산악반 OB모임에서 울산바위를 오르기로 했다. 내 느낌으로는 세계적인 절경이라 지날 때마다 감탄은 했지만 정작 이곳을 오른 것은 지금까지 두 번뿐이다. 30년 전 처음 오를 때 철계단이 많아서 힘들었다. 가파른 계단을 20대 초반의 젊은 부부가 갓 난 아기를 애기 끈도 없이 포대기에 가로 안고 신발도 슬리퍼를 신고 오르는 아찔한 모습을 봤던 기억도 있다.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는 길이 험하지 않지만 그 이후부터는 철계단과 돌계단의 연속으로 고등학교 때 체력장 연습(요즘 학생들은 대학입시에 체력 검사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때는 이 점수를 상대평가로 해서 340점 만 점에 20점이나 반영했었다)을 연상시킨다.
정상에 거의 다 오를 때쯤 숨이 턱에 차서 30년 전에 여기 다시는 오시 않겠다고 결심했던 것이 떠올랐다. 30년은 이런 결의도 잊어버리게 하는 세월이었다. 이번에도 다시 결심했다. 울산바위는 구경만 하기로...
어릴 때부터 겁이 많아서 미끄럼 틀, 그네도 못 타던 사람이 대학 시절 산악반에 가입해서 바위를 타기 시작했으니 산행을 즐기기는 애초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고소공포증도 생긴 것 같다. 철계단을 오르면서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드니까 다리가 후들거리고 주저앉고 싶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내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시작했는데 그 덕으로 무사히 정상에 올라 따뜻한 겨울 햇빛 아래서 속초 시내와 동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
요가를 오래 했지만 아사나 위주로 해왔고 요가의 한 단계인 명상은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다. 일상에서 명상을 하고자 했지만 일정 시간을 넘기기 어려웠고 당연히 발전도 없었다. 그런데 의외의 순간에 명상에 관한 지식이 내 안에서 살아나 나를 지켜주는 경험을 했다.
지식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지혜로 발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