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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랜저만 고르란 법 없다” 기아의 반란 카드

K5·K8 재정비 완료

by Gun
K8 [사진 = 기아자동차]

국산 세단 시장은 오랫동안 그랜저와 쏘나타의 양강 체제가 굳건했다. 그러나 기아가 야심 차게 공개한 2026년형 K5와 K8의 새로운 트림 ‘베스트 셀렉션’은 이 오래된 균형에 균열을 예고하고 있다. 상위 트림 사양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며, 단순한 연식 변경을 넘어 판도 변화를 꾀한 시도가 주목된다.


2025년 6월 19일, 기아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The 2026 K5’와 ‘The 2026 K8’을 발표하며 ‘베스트 셀렉션’ 트림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 트림은 고객 선호도가 높은 주요 사양을 기본화하고, 선택 옵션을 압축해 가성비뿐 아니라 직관적인 구매 경험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결이 다르다.

11897_16844_4043.png The 2026 K8, The 2026 K5 [사진 = 기아자동차]

K5 ‘베스트 셀렉션’은 프레스티지 트림을 기반으로, 전방 충돌방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등의 주요 ADAS 기능을 모두 기본 적용했다. 스웨이드 내장재, 프로젝션 LED 램프, 동승석 릴렉션 시트 등 상위 사양이 포함돼 옵션 구성만으로는 상위 트림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로 인해 약 150만~200만 원 상당의 체감 혜택이 가능하다.


K8 역시 기존 노블레스 라이트 트림을 확장한 구성으로 등장했다. 18인치 전면가공 휠, 뒷좌석 이중 차음 글라스, 앰비언트 라이트 등 고급 내외장 요소는 물론, 서라운드 뷰 모니터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등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됐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동일한 트림 구조로 구성돼 친환경 차량 혜택과 상품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11897_16843_4042.png The 2026 K5 [사진 = 기아자동차]

젊은 층부터 실속파까지, 타깃 넓힌 구성

기아는 이번 트림 전략을 통해 그랜저와 쏘나타가 점유하고 있던 시장 지형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실제로 2025년 5월 국내 세단 판매 기준, 그랜저는 4,597대로 1위를 지켰고, 쏘나타는 4,134대로 중형 부문 선두였다. 반면 K8과 K5는 각각 2,627대와 3,028대를 기록해 간극이 컸다.


하지만 K5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있으며, 복잡한 옵션 대신 핵심 사양만으로도 만족을 주는 이번 트림은 젊은층 실용 구매층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상위 사양이 갖춘 대부분의 기능을 더 낮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구매전환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K8은 더욱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중장년층의 고급 선호와 젊은 실속파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만한 구성으로 고급 세단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정숙성, 고급 내장,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은 '국산 프리미엄 대안'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11897_16842_4042.png The 2026 K5 내장 [사진 = 기아자동차]

선택 아닌 ‘존중’의 전략, 브랜드 철학 드러내

기아가 강조한 ‘Respect your ways(당신의 방식을 존중합니다)’라는 캠페인 메시지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제품 철학을 대변한다. 소비자 개개인의 선택을 배려하고, 복잡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사양만을 갖춘 구성을 제시하는 방식은 점점 다변화되는 시장 요구에 부합한다.


더불어 7월 말까지 베스트 셀렉션 트림을 계약·출고하는 고객에게는 온라인 전용 할인 혜택(K5 10만 원, K8 15만 원)과 외관 복원 서비스 등 실질적인 구매 유인도 마련됐다. 가격 이상의 ‘혜택 체감’을 통해 제품 가치를 높이고 있는 셈이다.

11897_16848_4439.png The 2026 K8 [사진 = 기아자동차]

수입차를 넘보는 K8, 프리미엄의 새로운 정의?

특히 K8은 제네시스 G80과 수입 엔트리 모델들(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과 비교되며, 실속과 감성을 모두 갖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5천만 원 초반대의 가격에도 빌트인 캠 2,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지문 인증 시스템 등 첨단 사양을 기본 탑재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고금리 상황에서 수입차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층에게는 이러한 구성의 K8이 더욱 실용적이며 매력적인 선택지로 다가간다. 이는 국산 고급 세단의 위상 강화를 넘어, 실질적인 수입차 대체재로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11897_16846_4043.png K8 [사진 = 기아자동차]


가성비 넘어 ‘가심비’, 하반기 승부처 될까

K5와 K8의 새로운 전략은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를 넘어서, 만족과 설득력을 동시에 주는 ‘가심비’를 겨냥하고 있다. 사양은 향상됐지만 가격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낮췄으며, 하이브리드 트림은 세제 혜택까지 반영해 실속과 정책적 이점도 함께 가져갔다.


하반기 국내 시장은 SUV 우세 속에서도 세단 수요층이 여전히 건재하고, 수입차 피로감 또는 전기차 망설임이 있는 소비자들의 이동이 예고된다. 기아의 ‘베스트 셀렉션’은 이 틈을 파고드는 명확한 전략 카드다. 결국 성패는 판매 현장에서의 체감 효과와 소비자 반응으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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