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가족차의 대명사는 ‘현대 카니발’이었다. 아이를 태우고, 짐을 싣고, 긴 거리를 달릴 때 그만한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자리를 위협하는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9이다.
이 차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신차라는 점 때문이 아니다. 5미터가 넘는 차체와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구조가 만들어내는 넓은 실내, 그리고 세 단으로 나뉜 좌석의 여유가 결합하면서 가족 이동의 기준을 다시 쓰고 있다. 특히 2열의 넓은 레그룸은 성인 남성도 무릎을 펴고 앉을 수 있을 만큼 공간감이 뛰어나다.
정숙성은 대형 세단을 넘어선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바람 소리와 노면 소음이 크게 줄어, 차 안 대화가 훨씬 편해졌다. 이중 접합 유리와 능동 소음 차단 장치는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 마치 집 안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안정감을 준다.
‘운전하는 즐거움’까지 챙긴 가족차
패밀리카라고 해서 운전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아이오닉 9은 전륜 서브프레임과 듀얼 로어암 서스펜션을 적용해 코너에서도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 듀얼 모터 모델은 400마력대의 힘을 내어, 추월이나 고속 주행에서도 여유롭다.
800V 초급속 충전은 이 차의 또 다른 매력이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5분이면 충전이 끝난다. 1회 충전 시 최대 620km를 달릴 수 있는 모델도 있어, 장거리 여행에서 충전 걱정을 크게 줄였다.
실내 디자인은 단정하면서도 미래적인 감각을 살렸다. 두 개의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수평으로 놓여 사용 편의성을 높였고, 친환경 소재를 마감재로 사용해 감각적인 질감을 더했다. 일부 소비자는 대시보드가 단조롭다고 느끼지만,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모든 좌석에 USB-C 충전 포트가 제공되고, 고급 트림에는 전좌석 프리미엄 가죽 시트가 적용된다. 안전 보조 시스템은 차선 유지, 차간 거리 조절, 자동 차선 변경까지 지원해,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미니밴 공식이 흔들리는 순간
출시 두 달 만에 1천 대 이상 판매된 기록은 단순한 ‘신차 효과’로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미니밴 소유자들이 전환 구매를 고민하는 모습도 보인다. 공간과 실용성은 유지하면서도 주행 성능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차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제 ‘패밀리카=현대 카니발’(미니밴)이라는 공식은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전기 SUV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오닉 9이 보여준 변화는 그 출발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