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지고 똑똑해진 5세대 투싼, 정체성 바꾸는 중
현대차가 만든 SUV 중에서도 ‘투싼’은 늘 경계에 있었다. 준중형이라는 애매한 크기, 실용성을 앞세운 무난한 이미지. 하지만 이제, 그런 틀을 과감히 깨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5세대 풀체인지 모델로 돌아올 투싼은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넥쏘에서 가져온 디자인, 스포티지를 넘보는 크기, 그리고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 중심으로의 대전환까지. 겉모습은 익숙할지 몰라도, 속은 완전히 달라졌다.
넥쏘의 얼굴을 빌린 이유
투싼의 전면부는 한눈에도 낯설다. H 시그니처 램프가 가로지르고, 수직형 주간주행등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이 구조는 수소차 넥쏘에서 먼저 선보였던 조형이다.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친환경 SUV’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시도다.
기존 투싼이 다소 과하게 장식적이었다면, 이번에는 절제된 직선과 단순한 면처리로 통일감을 살렸다. 디자인에서 전기차 감성을 적극 끌어안은 셈이다.
체급도 전략적으로 키웠다
이번 풀체인지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크기다. 차체 길이는 4.7미터에 육박해, 사실상 스포티지와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다만 단순히 커진 것이 아니라 SUV 본연의 비율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루프 라인은 쿠페 스타일이 아닌 각진 실루엣을 택했고, 각진 휠 아치와 볼륨감 있는 숄더라인은 무게감을 더한다. 실내 공간 역시 넉넉해지면서, 패밀리 SUV로서 활용도도 높아졌다.
“디젤은 없다”… 완전한 전동화 중심으로
해외에서 예상한 투싼 풀체인지 디자인 [사진 = 오토익스클루시브]
새로운 투싼은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버렸다. 대신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만을 남겼다. 특히 PHEV는 전기만으로 100km 이상 주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상 생활의 짧은 통근은 거의 전기차처럼 활용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는 복합연비 18km/L 수준으로 예상되며, 도심 위주 사용자들에게 적합한 구성을 갖췄다.
실내는 AI와 스마트 기능으로 무장
실내 구성도 완전히 달라졌다. 16:9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통합형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차세대 운영체제인 ‘플레오스 OS’와 음성 AI ‘글리오’가 새롭게 탑재된다.
이제 차량은 단순히 ‘타는 기계’가 아니라,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업데이트하는 스마트 기기로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연동과 OTA(무선 업데이트) 기능은 기본이며, 내비게이션도 사용자 맞춤 경로를 제시하는 등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다
투싼은 단순히 국내 시장만을 겨냥한 모델이 아니다. 북미에서는 토요타 RAV4와 혼다 CR-V, 유럽에서는 다양한 전동화 SUV와 경쟁한다. 특히 연비 효율과 실내공간, 스마트 기능은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예상 출시 시기는 2026년 상반기에서 3분기 사이. 시작가는 약 3,400만 원대가 거론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가격이 아니라 방향이다. 이번 투싼은 스스로 ‘중간’이라는 틀을 벗어나, 새로운 SUV 정의를 다시 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