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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가 만든 차? 1억짜리 ''플레이스테이션"

‘움직이는 콘솔’ 아필라 1, 성능보다 감각에 집중한 소니와 혼다의 실험

by Gun

‘전기차’라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소니와 혼다가 함께 만든 첫 전기 세단 ‘아필라 1(Afeela 1)’은 기술의 총합이자, 감각의 실험이다. CES 2024에서 실물을 공개한 이후 “이게 자동차야? 아니면 콘솔이야?”라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12221_18294_4551.png Afeela 1 외장 [사진 =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


아필라 1의 방향은 명확하다. 빠르거나 멀리 가는 차가 아니라, 안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차량 전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자리잡았고, 음향은 소니의 공간 사운드 기술이 담당한다. 차창 밖이 아닌, 안에서 즐길 ‘장면’을 만들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성능만 따지면 테슬라 모델 S나 루시드 에어가 더 인상적이다. 아필라 1은 총 483마력, 91kWh 배터리, 483km 주행 거리라는 중상위권의 스펙을 지녔다. 하지만 소니는 “우리는 퍼포먼스보다 경험을 설계한다”고 말한다.

12221_18293_4550.png Afeela 1 내장 [사진 =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


‘움직이는 인터페이스’가 되는 자동차


실제 주행 환경도 다르다. 언리얼 엔진 기반의 3D 내비게이션, AI 음성 비서, 그리고 주행 스타일에 따라 반응하는 실내 조명과 모터 사운드가 포함된다. 이 모든 건 맞춤형 설정이 가능하며, 일부는 구독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즉, 차를 사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접속’하는 개념에 가깝다.


이러한 구독 기반 시스템은 매달 이용료를 발생시키는 구조다. 초기엔 3년 무상으로 제공되지만, 이후에는 사용자 판단이 갈릴 수밖에 없다. 과연 고정 유지비를 감수하면서도 이 ‘몰입형 감성’을 선택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까.

12221_18297_4554.png Afeela 1 실내 [사진 =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


혼다의 정교함으로 ‘소니의 이상’을 구현


양산은 혼다의 미국 공장에서 이뤄진다. 설계 정밀도는 프리미엄 세단 수준이다. 차체 패널 간격은 고정밀 장비로 측정되며, 마감은 자동화된 샌딩과 특수 광택 처리를 거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소니 혼다 모빌리티(SHM)의 독자적 검수 시스템인 ‘퀄리티 게이트’로 품질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생산 퀄리티는 전통적 제조사의 노하우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SHM은 이를 통해 ‘이상한 자동차’라는 첫인상을 품질로 상쇄하려 한다.

12221_18296_4553.png Afeela 1 내부 [사진 =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


SUV 시대에 세단으로 출발한 이유


북미 전기차 시장은 SUV 일색이다. 반면 아필라 1은 중형 세단을 택했다. 얼리어답터와 테크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분명한 전략이지만, 주류 시장에서는 다소 벗어난 선택이다. 한편, 소형 SUV 모델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221_18298_5027.png Afeela 1 외장 [사진 = 아필라(소니 혼다 모빌리티)]


캘리포니아 판매 중단 소송이라는 변수


SHM은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딜러 협회는 이를 불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내 공식 판매 일정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런 복잡한 변수들 속에서도 아필라 1은 ‘감각의 플랫폼’으로서 모빌리티 시장에 던지는 도발이다. 성능의 시대를 지나, 감각의 시대를 연다는 선언. 그리고 그 선언을 현실화할 소비자의 선택이, 이 실험의 마지막 조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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