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축소·수요 둔화 직격탄… 하이브리드로 버티고 2028년 전기차 반
제네시스의 전동화 행보가 미국에서 제동이 걸렸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하던 GV70 전동화 모델이 8월 생산을 멈춘 것이다. 이미 G80 전동화 모델이 미국 시장에서 단종된 상황이라, 브랜드의 전기차 전략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가장 큰 배경은 정책 변화다. 미국 IRA 세액 공제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올해부터 시행된 FEOC 규정이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가 섞이면 보조금이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 없는 고가 전기차’를 선택할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시장 흐름도 제네시스를 압박한다. 2025년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감소세를 보인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는 오히려 성장했다. 충전소 부족과 배터리 불안은 소비자들의 발길을 하이브리드로 돌렸다. 실제로 GV70 전동화는 월 200대 남짓 팔리는 데 그쳐, 결국 생산 중단을 피하지 못했다.
제네시스는 전략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26년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시장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앨라배마 공장도 하이브리드 전용 라인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이미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미국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전환 자체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곧 전기차 포기라는 의미는 아니다. 제네시스는 2028년 전용 플랫폼인 eM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기차 라인업을 준비 중이다. 기존 내연기관 개조형 EV와 달리, 장거리 주행과 고속 충전을 무기로 삼아 다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렉서스가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것처럼, 제네시스도 ‘고급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틈새를 노리고 있다. 당장의 생산 중단은 후퇴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에 가깝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와 차세대 전기차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느냐가 브랜드 미래를 결정할 핵심 분기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