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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경고등 켜질 때까지… 진짜 괜찮을까?

연료 부족이 불러오는 보이지 않는 고장과 수리비의 덫

by Gun

운전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다. 계기판에 빨간 불빛이 들어오고, 곧 ‘주유등 켜짐’이라는 신호가 나타나는 순간이다. 대부분은 “조금 더 가도 되겠지”라며 지나치지만, 사실 이 짧은 순간이 차의 상태를 크게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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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연료펌프는 단순히 연료를 공급하는 장치가 아니다. 연료 속에 잠겨 있으면서 열을 식히고, 내부 부품을 매끄럽게 움직이게 해주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그런데 연료가 바닥나면 펌프가 공기와 함께 돌게 되고, 이때 열과 마찰이 한꺼번에 몰리며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다. 작은 부품 같아 보여도, 고장이 나면 수리비가 수십만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경고등 켜진 상태에서 장거리 주행을 하면 또 다른 위험이 찾아온다. 급제동이나 언덕길에서 연료 대신 공기가 빨려 들어가면서 압력이 출렁이듯 흔들린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출력이 떨어지거나 점화 불안정이 생기고, 고속도로에서라면 운전자가 체감할 만큼 불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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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탱크가 비어 있을수록 생기는 또 하나의 그림자는 ‘수분 응결’이다. 내부 벽면에 맺힌 물방울이 시간이 지나면 녹을 만들고, 이 녹은 연료필터나 인젝터로 흘러들어 막힘이나 손상을 유발한다. 특히 디젤 차량은 더 심각하다. 수분이 곧 세균의 먹이가 되어 탱크 안에서 미생물이 번식하고, 연료 전체가 오염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계절적인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 겨울철에는 연료가 적을수록 탱크 내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디젤 연료의 왁스 성분이 굳어 필터를 막아 시동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솔린 차량 역시 기화 조건이 나빠져 시동이 잘 걸리지 않거나, 걸린 뒤에도 불안정한 아이들링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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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 습관에서 흔히 나오는 또 다른 잘못된 행동은 ‘보충 주유’다. 주유기가 자동으로 멈췄음에도 억지로 노즐을 눌러 기름을 목 끝까지 채우는 경우다. 이 습관은 증발가스 제어장치인 캔니스터를 손상시켜 통풍 기능을 잃게 하고, 배출가스 관리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결국 작은 욕심이 더 큰 고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사실 차량 관리에 정답은 복잡하지 않다. 연료 게이지가 4분의 1 아래로 내려가기 전에 주유하는 습관, 보충 주유를 피하는 습관, 장거리 운행 전에는 반드시 가득 채우는 습관. 이 단순한 세 가지만 지켜도 펌프와 인젝터, 필터의 수명을 연장하고 예기치 못한 정비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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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는 단순히 달리기 위한 연료가 아니다. 엔진을 식히고, 부품을 보호하고, 차량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다. 이 보호막을 무시한 채 달리는 건, 결국 스스로 수리비 폭탄을 안고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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