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중고차 시장, 감가율 무너뜨린 의외의 승자들
2025년 지난달, 국내 중고차 시장은 대체로 하락세에 놓여 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논란이 겹치며 시세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일부 구형 하이브리드 모델도 동반 하락했다. 그런데 정작 몇몇 차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며 시장의 통념을 흔들고 있다.
먼저 눈길을 끈 건 현대 팰리세이드 디젤이다. 단종 소식이 들린 이후 오히려 매물이 귀해지면서 시세가 전월 대비 소폭 올랐다. 여전히 연비와 토크를 중시하는 대형 SUV 수요층이 존재하고, 신형 하이브리드가 갖는 가격 부담을 피하려는 소비자가 구형 디젤을 선택한 결과다.
소형 세단 중에서는 아반떼가 돋보인다. 2021년식 모델 기준, 감가율이 25~27% 선에서 멈추며 세그먼트 내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첫차 수요와 세컨드카 수요가 겹치며 거래량이 꾸준한 덕분이다. 3년차 준중형 세단 중 30% 이상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유일한 사례라는 점은 경쟁 모델과 차별화를 만든다.
미니밴 시장의 카니발도 흥미롭다. 신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오자 구형 내연기관 모델의 가치가 되레 올라갔다. 긴 대기 기간 탓에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차량에 대한 수요가 몰린 덕분이다. 동급 경쟁 모델 스타리아와 비교하면 시세 방어력이 확연히 강하다.
럭셔리 SUV 시장에서는 제네시스 GV70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신차가의 80% 이상을 지키며 거래되는 이 모델은 동급 수입차인 BMW X3보다 높은 잔존가치를 자랑한다. 특히 옵션이 풍부한 매물일수록 감가율이 낮아 ‘신차급 중고차’라는 별칭이 붙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쏘렌토 하이브리드다. 2024년식 기준, 감가율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출고 대기와 고유가 상황이 맞물려 매물 희소성이 커졌고,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몰리며 ‘되팔아도 손해 없는 차’로 자리 잡았다.
중고차 감가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소비자가 어떤 차량을 여전히 가치 있다고 평가하는지, 그리고 시장에서 어떤 수급 불균형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8월, 가격 역주행을 경험한 다섯 모델은 그 점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