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인치 하이퍼스크린과 픽셀 그릴, 전기 SUV의 미래를 앞당긴 디자인
벤츠의 신형 GLC EV가 베일을 벗은 순간, 관심은 외관보다 실내로 쏠렸다. 대시보드를 통째로 덮은 39인치 하이퍼스크린은 자동차가 더 이상 운송 수단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단번에 보여준다.
이 초대형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크다’는 차원이 아니다. 운전자가 동승자 화면을 오래 쳐다보면 자동으로 흐려지는 안전 기능이 숨어 있고, 햇빛의 각도에 맞춰 색감을 조정해 가시성을 유지한다. 벤츠가 강조하는 안전과 몰입감을 동시에 담아낸 셈이다.
외관에서는 수백 개의 LED 픽셀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전면 그릴이 눈길을 끈다. 주행 상황에 따라 다양한 패턴을 연출하며, 전기차 시대에도 ‘벤츠다운 존재감’을 잃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GLC EV는 디자인만 바뀐 게 아니다. WLTP 기준 최대 560km 주행이 가능하며,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10분 충전에 약 260km를 확보할 수 있다. 장거리 주행과 충전 편의성을 동시에 겨냥한 수치다.
출력은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된다. 483마력 사륜구동 모델은 0→100km/h 가속을 단 4.7초에 마치며, 369마력 후륜구동 모델은 보다 효율적 주행을 지향한다. 소비자는 성능과 경제성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
공간 활용성도 개선됐다. 전용 플랫폼 덕분에 뒷좌석 레그룸이 넓어졌고, 570리터 트렁크와 128리터 프렁크가 더해졌다. 충전 케이블이나 여행 가방을 분리 보관할 수 있어, SUV 본연의 실용성을 놓치지 않았다.
AI 기반 운영체제인 MB.OS는 차량 전체를 하나의 ‘슈퍼브레인’으로 묶는다. 일정 관리, 교통 상황 분석, 충전소 예약까지 음성으로 처리할 수 있어 운전자는 차와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단순한 명령이 아닌 대화형 응답이 가능한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주행 감각에서도 S클래스 기술이 이식됐다. AIRMATIC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 충격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흡수하고, 후륜 조향은 골목길에선 민첩성을, 고속 주행에선 안정성을 더한다. 대형 SUV의 불리함을 기술로 상쇄한 셈이다.
결국 GLC EV가 전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전기차 경쟁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이나 출력 수치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벤츠는 대시보드를 화면으로 덮는 과감한 선택으로 그 답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