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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순간, 공기 더 탁해진다?

충전소 근처, 생각보다 위험한 이유

by Gun

전기차는 친환경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지만, 의외의 지점에서 환경 논란이 번지고 있다. 최근 미국 UCLA 연구진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급속 충전소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도심 평균은 물론 주유소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25년 7월 UCLA 보건대학원에서 공개됐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내 급속 충전소 50곳을 측정한 결과, 24시간 평균 PM2.5 수치는 7.3~39.0㎍/㎥로 확인됐다. 이는 WHO 권고 기준치 15㎍/㎥를 넘어서는 사례를 포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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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충전소’의 그림자


연구진은 배출가스 대신 냉각팬에서 발생하는 ‘재비산 먼지’에 주목했다. 급속충전기의 강한 송풍이 주변 바닥 먼지, 타이어 마모분진, 금속 성분을 다시 흩날리며 오염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측정할 경우 순간적으로 200㎍/㎥에 달하는 수치가 관측되기도 했다.


이는 내연기관 주유소에서 흔히 문제가 되는 벤젠·휘발유 증기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충전소 특유의 새로운 오염원으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차량을 세워두고 수십 분 머무는 EV 충전 특성상 이용자 노출 위험은 단순 계산보다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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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미치는 파장


PM2.5는 지름이 2.5㎛ 이하로 폐포 깊숙이 침투하거나 혈류로 흡수될 수 있다. 의료계는 장기 노출이 호흡기 질환과 심혈관계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UCLA 연구팀도 “충전 시간이 길어질수록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입자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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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책과 과제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충전 중 차량 창문을 닫고, 내기순환 모드와 공조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아동이나 노약자가 동승할 경우 충전기와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근본적 해결책은 충전소 구조 개선에 있다. 냉각팬 흡·배기 위치를 높이거나 필터를 장착하는 방안이 거론되며, 일부 사업자는 이미 설계 변경을 검토 중이다. 또한 학교나 병원 인근 설치를 피하고, 상대적으로 공기 순환이 좋은 공간에 충전소를 배치하는 정책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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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여전히 내연기관보다 배출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번 연구는 충전 인프라가 안고 있는 새로운 숙제를 드러냈다. 기술적 개선 여지가 분명한 만큼, 충전소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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