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생활 플랫폼을 결합한 대형 왜건, 1시간 만에 1만 대 계약 돌
한국에서 ‘왜건’은 늘 어색한 존재였다. SUV만큼 다재다능하지도, 세단처럼 익숙하지도 못했다. 국산 브랜드가 과거에 내놨던 모델들은 금세 단종됐고, 지금도 볼보 V90 정도가 명맥을 잇는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은 웨건의 무덤”이라는 말이 생겼다. 그런데 최근 이 고정관념을 흔드는 차가 나타났다.
지난 8월 18일, 화웨이와 중국 국영기업 BAIC가 함께 개발한 전기 왜건 ‘스텔라토 S9T’가 현지에서 사전 판매를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계약 개시 단 1시간 만에 1만 대가 팔려나간 것이다. 단종과 외면의 대명사였던 왜건이 전기차 시대에 오히려 부활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S9T가 눈길을 끄는 이유 중 하나는 차체 크기다. 길이 5m가 넘는 전장은 E-클래스 올터레인보다 넓고, 제네시스 G80보다도 길다. 600리터가 넘는 트렁크 공간은 가족 단위 이용자를 정조준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가격이다. 현지 기준 4천만 원대 중반에서 5천만 원대 초반으로 책정돼, 국내에서 인기 있는 대형 전기 SUV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차량 내부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선다. 25개의 스피커, 기본 탑재된 냉장고, 마사지 기능을 갖춘 시트, 최대 32인치 프로젝터 옵션까지 준비돼 있다. 화웨이의 하모니OS가 차량 전체를 관장하며, 집과 차가 하나로 이어진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주행 성능도 빼놓을 수 없다. 순수 전기차 모델은 100kWh 배터리를 탑재해 800km 이상 달릴 수 있고,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EREV 모델은 1,300km를 넘는 항속 거리를 자랑한다. 여기에 ‘제로 그라비티’ 시트와 자율주행 시스템 ADS 4가 더해지며 기술적 매력을 극대화했다.
만약 이 차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SUV와 세단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왜건은 여전히 낯설다. 하지만 최신 기술과 생활 편의 기능을 중시하는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화웨이표 전기 왜건’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하다.
S9T는 단순한 신차가 아니다. ‘사라진 차종’이자 ‘비운의 시장’으로 불리던 웨건을 다시 무대 위로 끌어올린 실험이다. 한국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웨건의 무덤이라는 말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은 분명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