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 무필러 코치도어 특허와 eM 플랫폼 전략
제네시스의 새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은 단순한 신차 소식이 아니다. 최근 공개된 특허 문서에 따르면, 기존 고급차가 포기하지 못한 B필러를 아예 제거한 도어 구조가 담겨 있었다. 자동차 문이 닫히는 방식 하나가 럭셔리의 정의를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롤스로이스 역시 코치도어를 사용하지만, 안전을 위해 기둥을 남겨둔다. 겉으로는 트여 보이지만 내부에는 보강재가 자리한다. 반면 GV90은 여러 잠금 장치와 흡입식 고정 장치를 활용해 ‘없애고 기술로 대신하는 길’을 택했다. 닫히는 순간의 묵직한 감각과 충돌 시 하중 분산을 동시에 노린 것이다.
생산 거점은 울산 전용 EV 공장이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플랫폼인 eM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효율과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자율주행 확장성까지 고려했다. 단순히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진화하는 구조를 준비하는 셈이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EREV 모델 검토다. 엔진을 발전기로만 쓰는 방식으로, 일부 보도에서는 최대 1,2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장거리 이동이 잦은 고가 SUV 고객에게는 충전 불안감을 줄이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GV90이 강조하는 가치는 이동 자체보다 ‘경험’에 있다. 자동 돌출식 손잡이나 웰컴 라이트, 회전형 시트 같은 장치들이 단순한 기능을 넘어 탑승 순간을 의식처럼 연출한다. 마치 호텔 로비에 들어서는 듯한 특별한 시작을 선사하려는 것이다.
예상 가격은 2억 원대. 벤틀리와 마이바흐와 나란히 놓일 수치지만, 제네시스는 가격이 아니라 감각과 기술을 무기로 삼는다. 무필러 코치도어는 그 상징이다. 기둥을 없앰으로써 브랜드가 제시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럭셔리는 소재가 아니라 경험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