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한계 속 하이브리드가 다시 주목…SUV 중심 라인업이 시장 이끌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전환이 지체되는 사이, 하이브리드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왔다. 현대차·기아는 2025년 8월 누적 친환경차 판매량 151만 5천여 대를 돌파했는데, 그중 113만 대 이상이 하이브리드였다.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 수치다. 이는 “전기차는 아직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와도 맞닿아 있다.
전기차 충전소 부족, 높은 초기 비용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주행 거리 걱정이 적고 주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SUV와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실용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으며 미국 중산층의 선택지가 되고 있다.
5위 아이오닉 5 – 전기차의 자존심
하이브리드 강세 속에서도 현대 아이오닉 5는 12만 6,363대 판매로 TOP5에 올랐다. 북미 올해의 차 수상으로 주목받으며 전기차 중 유일하게 상위권에 안착했다. 전동화 전환이 느리게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디자인과 브랜드 신뢰도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4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 실속형 SUV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2만 9,113대 판매로 4위를 차지했다. 패밀리 SUV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더해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합리적 가격과 넉넉한 공간은 미국 가정의 라이프스타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3위 니로 하이브리드 – 꾸준한 장수 모델
3위는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로 누적 18만 3,106대가 팔렸다. 2017년 데뷔 이후 효율성에 기반해 장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합리적 유지비가 장점으로 꼽힌다. 꾸준함이 신뢰를 만들어낸 전형적인 사례다.
2위 쏘나타 하이브리드 – 세단의 저력
SUV 열풍에도 불구하고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19만 2,941대 판매로 2위에 올랐다. 세단 시장이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도 ‘하이브리드 원조’라는 상징성과 검증된 연비 효율 덕에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미국 소비자들의 보수적인 선택 성향을 잘 보여준다.
1위 투싼 하이브리드 – 절묘한 조합
정상을 차지한 모델은 현대 투싼 하이브리드다. 19만 7,929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단연 압도적인 성과를 냈다. 인기 차급인 SUV에 하이브리드를 결합한 전략이 시장에서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출시 4년 만에 20만 대에 근접한 기록은 현대차의 방향성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정책과 생산 전략이 만든 성과
이 같은 성과는 소비자 선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1년 9만 대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 판매는 2024년 22만 대를 돌파하며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미국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 세제 혜택이 수요를 늘렸고,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생산하는 혼류 체제가 공급 안정성을 뒷받침했다.
다음 무대, 팰리세이드 HEV와 EV4
현대·기아는 대형 SUV 시장을 겨냥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전기 세단 EV4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는 하이브리드 강세를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려는 ‘투트랙 전략’이다. 두 모델의 성과에 따라 미국 시장 내 현대·기아의 입지는 한층 더 공고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