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G GT XX 콘셉트, 충전·모터·내구성 모두에서 내연기관 한계 넘어
지난 6월, 벤츠가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AMG GT XX’**가 이탈리아 나르도 고속주행 트랙에서 놀라운 실험을 펼쳤습니다. 단 하루 동안 5,479km를 달려 전기차 주행 거리 기록을 갈아치운 것인데요. 이는 기존 기록을 1,500km 이상 넘어선 수치로, 전기차 기술의 한계를 새로 쓴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무려 17명의 드라이버가 교대로 참여했으며, 최고 시속 300km에 근접한 고속 주행을 24시간 유지했습니다. 단순한 퍼포먼스 과시가 아니라, 향후 양산 전기차 개발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목적도 컸습니다.
고성능의 비밀, 축방향 자속 모터
GT XX의 핵심은 축방향 자속 모터입니다. 기존 전기차에서 흔히 쓰이는 방사형 모터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전력 밀도가 약 3배 높습니다. 덕분에 장시간 고부하 상황에서도 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죠.
이번 차량은 전축과 후축에 총 세 개의 모터를 장착해 최고 1,360마력에 달하는 성능을 뽑아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출력 향상에 그치지 않고, 내구성과 효율성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동력계의 ‘게임 체인저’로 불립니다.
5분 충전에 400km, 충전 공식을 다시 쓰다
놀라운 부분은 주행 성능만이 아닙니다. 최대 850kW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단 5분 충전으로 약 400km를 달릴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는데요. 현재 상용화된 충전 인프라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배터리 역시 포뮬러1 기술이 반영돼, 주행 내내 최적의 온도를 유지하며 열화 없이 고출력을 반복적으로 뽑아냈습니다. 이 덕분에 ‘극한의 내구성 테스트’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지구 한 바퀴도 가능했다는 상징성
AMG GT XX는 단 8일 만에 지구 둘레인 약 4만km를 주행하는 도전에도 성공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고성능 전기차가 장거리 내구성에서도 내연기관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상징적 결과였습니다.
벤츠는 이 데이터를 향후 AMG 전기차 전용 플랫폼 ‘AMG.EA’ 개발에 직접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성과는 쇼카(Show Car)의 퍼포먼스 과시가 아니라, 실제 양산차 기술로 이어질 밑그림이라는 의미입니다.
현실적 과제는 여전히 존재
다만 초고속 충전을 위한 인프라 부족, 배터리 생산 단가, 장기 내구성 데이터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술이 입증됐다는 사실보다, 그것이 언제 일상에서 활용 가능할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번 기록은 전기차가 “지속 가능한 고성능”을 현실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으로 읽힙니다. AMG GT XX가 남긴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전기차의 미래는 더 이상 ‘효율’에 머무르지 않고, 성능과 내구성까지 아우르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