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 OLED로 완성한 ‘보이지 않는 럭셔리’, 전기 SUV의 새 무대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흐름은 점점 단순해지고 있습니다. 제네시스 GV90이 보여주려는 방향은 그 정점에 가까운데요. 화면을 드러내지 않고 숨겨 두었다가 필요할 때만 꺼내는 방식, 바로 롤러블 OLED 디스플레이입니다.
지난 9월 25일 공개된 미국 특허청 자료는 이 기술의 구체적인 구조를 보여줬습니다. 대시보드 속에 감춰져 있다가 버튼을 누르면 천천히 올라오고, 주행 중에는 최소한의 주행 정보만 띄우는 방식입니다. 이는 단순히 ‘크기를 줄였다’가 아니라 실내의 공백, 즉 여백의 미를 강조한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을 비움으로써 얻는 고급스러움
벤츠 EQS SUV가 대형 하이퍼스크린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제네시스는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눈앞에서 화면이 사라지면 탑승자는 라운지에 앉은 듯 차분함을 느낄 수 있고, 정차 시에는 최대 30인치 이상으로 확장돼 영화 감상이나 업무까지 가능합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 “차 안에서의 두 번째 생활 공간”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죠.
콘셉트카에서 실차로 이어진 흐름
이 아이디어는 2023년 공개된 ‘네오룬 콘셉트’에서 처음 드러났습니다. 당시엔 쇼카용 장치처럼 보였지만, GV90 개발 소식과 특허 자료는 그것이 곧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네시스가 “숨길수록 값진 것”이라는 새로운 럭셔리 정의를 실험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대와 불안, 동시에
기술적으로는 현대모비스가 진동과 충격에도 휘지 않는 지지 구조, 초경량 소재 설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질문이 남습니다. 장기간 사용해도 내구성이 유지될까, 교체 비용은 얼마나 될까, 여름철 강한 햇빛 아래 반사 문제는 없을까 하는 점들입니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지만, GV90이 실제로 이 기능을 품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옵션’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을 상징하는 장치가 됩니다. 화면이 사라졌다가 필요한 순간 펼쳐지는 그 경험이야말로, 제네시스가 말하는 새로운 럭셔리의 언어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