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백 2.5초, 배터리 105kWh… 슈퍼카 감성 품은 전기 세단 등장
전기차 시장이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친환경’보다 ‘퍼포먼스’가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죠. 최근 국내 출시된 아우디의 신형 e-트론 GT 시리즈가 그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전기로 달리는 슈퍼 세단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모델은 ‘더 뉴 S e-트론 GT’와 ‘더 뉴 RS e-트론 GT 퍼포먼스’, 두 가지입니다. 두 모델 모두 낮고 유려한 실루엣을 지녔고, 세부 디테일은 확실히 구분됩니다. 블랙·카본 패키지와 전용 21인치 휠이 들어간 외관은 미래적인 인상을 주고, RS 모델에는 발광 로고와 스포티한 스티어링 휠이 더해졌습니다. 단순히 ‘멋있다’보다 ‘공기역학적으로 완성됐다’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실내는 조용하면서도 밀도 높은 감각을 줍니다. 12.3인치 버추얼 콕핏, 매트릭스 LED 라이트, 뱅앤올룹슨 3D 오디오 등 디지털 장비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고, 360도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크 어시스트까지 더해졌습니다. 도심 주행에서도 ‘전기차의 정숙함’과 ‘고급 세단의 안락함’을 모두 챙기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차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역시 숫자입니다.
S e-트론 GT는 약 592마력으로 제로백 3.6초, RS 퍼포먼스는 무려 748마력으로 단 2.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합니다. 전기차의 ‘가속 한계’라는 말이 무색하죠.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와 같은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운 토크감 덕분에 체감 속도는 더 자연스럽습니다.
주행거리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두 모델 모두 105kWh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으며, S 모델은 약 420km, RS는 384km까지 주행이 가능합니다. 단거리 스포츠카가 아닌, 장거리 주행도 가능한 고성능 GT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S e-트론 GT가 1억7012만 원, RS 퍼포먼스가 2억2302만 원입니다. 분명 부담되는 수치지만, 이 가격대에서는 이미 경쟁 구도가 명확합니다. 아우디는 포르쉐 타이칸, 테슬라 모델 S 플래드와의 정면 승부를 선택한 셈입니다. 다만 고성능 전기차의 특성상 충전비나 보험료 부담은 일반 모델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급속 충전 위주 운행 시 월 20만 원 이상의 충전비가 예상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우디가 이번 모델을 단순히 ‘빠른 전기차’로 포지셔닝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기술과 감성의 균형, 즉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카”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 결과 RS e-트론 GT 퍼포먼스는 트랙에서도, 출퇴근길에서도 전혀 이질감 없는 주행 경험을 제공합니다.
2.5초라는 속도는 단순한 스펙 그 이상입니다.
그건 아우디가 전기차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속도, 정숙함, 기술력. 세 가지 모두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 차의 도전이 앞으로 전기차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