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 SUV의 성공 뒤에 가려진 전기차의 고민
르노코리아가 요즘 유난히 한 모델에 기대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등장한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가 1년 만에 5만 대를 넘기며 브랜드의 실적을 혼자서 견인하고 있죠. 하이브리드 비중이 90%에 달하고, 15km/L대의 연비와 넉넉한 실내,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어우러지며 가족 단위 고객들의 선택을 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콜레오스의 화려한 성과는 르노코리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숙제를 가려버렸습니다. 바로 전기 세단 ‘세닉 E-테크’의 부진입니다. 지난여름 출시된 세닉은 첨단 기술로 무장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합니다. 출시 첫 달 판매량이 38대, 두 달 누적이 100여 대 수준에 머물며 초반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세닉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60km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탄탄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가격에서 멈췄습니다. 5천만 원을 넘는 시작가에 충전 인프라와 A/S 네트워크의 한계까지 겹치며 경쟁 모델인 아이오닉 5, EV6, BYD 차량보다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이어집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콜레오스는 실속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세닉은 가격 대비 신뢰나 실용성이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유럽에서는 ‘올해의 차’로 선정된 모델이 한국에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역설이 벌어진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단순한 한 차종의 부진이 아니라, 르노코리아의 전략적 공백을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SUV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충전 편의성 두 가지 모두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지금 르노코리아가 맞닥뜨린 과제는 명확합니다. 콜레오스의 실속형 공식을 다른 전기차 모델로 확장하는 일입니다. SUV의 성공이 당장의 성적표를 채워주고 있지만, 미래 성장을 책임질 전기차 라인업은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결국 콜레오스의 미소는 반짝이지만, 그 뒤에 드리운 세닉의 침묵은 묵직합니다. 르노코리아가 진짜 웃음을 지으려면, SUV를 넘어선 전기차의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