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유출된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제네시스급 디자인으로 진화
국산 세단의 상징으로 불리는 그랜저가 다시 한 번 판을 흔들고 있습니다. 최근 내부용 화면을 통해 포착된 GN7 페이스리프트 이미지가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이번 변화가 단순한 외형 수정이 아니라 ‘철학의 교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 속 그랜저는 기존의 매끈한 라인 대신 중앙이 끊긴 주간주행등(DRL)과 완전히 달라진 전면 구성을 보여줍니다. 끊긴 부분은 단순히 단절이 아니라 보닛 중심과 맞물리며 차체를 낮게 눌러주는 구조로, 이전보다 묵직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빛의 표현 방식도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DRL 안에는 픽셀 단위의 미세한 광원이 들어갔고, 주변을 감싸는 얇은 크롬 라인이 세련된 입체감을 만듭니다. 아이오닉 시리즈에서 먼저 선보인 광학 기술이 세단으로 확산된 첫 사례로, 기술적 진보가 디자인 언어로 옮겨온 셈입니다.
전면의 램프는 외부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히든 타입입니다. 내부에는 마이크로렌즈 어레이(MLA)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행 상황에 따라 조사각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능은 제네시스 G90 같은 상위 차종에서 사용되던 시스템으로, 그랜저가 사실상 ‘플래그십급 조명 체계’를 품게 된 셈입니다. 전면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읽히며, 세단 특유의 밀도감이 한층 강조됩니다.
후면 디자인은 의외로 과거로 향합니다. 중앙을 가로지르는 두꺼운 크롬 라인과 얇은 방향지시등은 초대 그랜저의 오마주로 보입니다. 리어 범퍼는 살짝 돌출돼 차체가 더 커 보이며, 시각적인 안정감과 함께 후방 충돌 안전성까지 개선됩니다. 공기 흐름을 고려한 하단 스키드 플레이트도 새롭게 설계돼 기능성과 미학이 동시에 강화된 모습입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가 특별한 이유는, 디자인의 변화가 단순한 외형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차는 이미 심리스 램프 구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나의 빛으로 연결하던 시대를 끝내고, 조명 자체를 감정의 언어로 쓰려는 전환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랜저는 더 이상 ‘국민 세단’이라는 수식어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픽셀, MLA, 히든램프 같은 상위 기술이 녹아든 이번 변화는 제네시스의 감성을 이어받되, 전혀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시도로 보입니다. 끊긴 빛 속에서 오히려 완성된 균형을 찾은 그랜저. 이번 실물 유출은 단순한 노출이 아니라, 현대차가 세단 시장에 던진 새로운 선언으로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