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패밀리카의 자존심, 전기 SUV 앞에서 흔들리다
한때 ‘국민 패밀리카’라 불리던 기아 카니발이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판매 통계에서 수입 전기 SUV인 테슬라 모델 Y가 8,361대를 기록하며 카니발(6,996대)을 제친 것이죠. 오랜 시간 이어온 국내 미니밴 중심의 가족차 시장에 큰 균열이 생긴 셈입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순위가 바뀐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소비자들이 차를 고를 때 ‘몇 명이 탈 수 있느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30~40대 젊은 부모 세대는 아이 통학, 출퇴근, 주말 나들이까지 고려해 경제성과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기 SUV는 그들의 생활 패턴에 꼭 맞는 선택지가 됐습니다.
전기 SUV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충전비는 휘발유의 절반 수준이고, 정비 비용도 훨씬 낮습니다. 여기에 조용한 주행감과 빠른 반응성, 그리고 대형 스크린과 오토파일럿 같은 첨단 기능은 운전의 피로를 줄여주죠. 장거리 운전이 많은 가족들에게 이 점은 매우 현실적인 이점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카니발은 ‘가족이 함께 타는 차’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많은 가정이 “크기보다 효율”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형 미니밴이 여유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합리적이고 똑똑한 SUV가 더 현대적인 가족차로 여겨집니다.
물론 카니발의 존재감이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곧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반전을 이끌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장은 전기 SUV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입니다. 부모 세대의 선택이 바뀌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방향도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특정 브랜드의 성공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테슬라 모델 Y의 판매 증가세는 전기 SUV라는 차량 유형 자체가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패밀리카의 경쟁력은 좌석 수가 아니라 효율과 기술력에서 갈립니다.
카니발이 상징했던 ‘가족의 여유’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효율과 기술, 그리고 새로운 감각을 갖춘 전기 SUV가 가족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자동차가 아닌 ‘스마트 패밀리 디바이스’의 시대가 열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조용한 변화 속에서, 가족들의 차 선택은 이미 미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카니발의 아성이 무너진 자리에 선 모델 Y는 그 변화를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