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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심리스 Jan 15. 2024

고요의 소중함.

고요함에도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어.

날이 참 좋다.

어제는 잠을 잘 못자서 괴로웠지만 아침 등원을 무사히 시킬 수 있어 참 다행이었다.

바쁘게 바쁘게 집을 대충 보이는 곳 위주로만 정리하고,(난 이게 문제다) 운동에 갔다와서 잔뜩 쌓인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


제일 하기 싫은 세네가지를 한꺼번에 해치우니 참 뿌듯하다.  운동, 음쓰버리기, 청소 - 싫은 것을 다하니 마음이 뿌듯하며 기뻐진다.

모아 놓은 흰 옷까지 돌리고 믹스 커피를 하나 타서 책상에 앉는다.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윙윙- 고요함. 세탁기의 백색소음이 유일한 소리다.

참 오랜만의 고요함이다. 오랜만의 고요함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


조용하고. 햇볕이 있고. 글을 쓰고, 행복하다.


육아와 고요함은 함께갈 수 없는 단어다.

언젠가는 조용하게 앉아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날이 오려나. (상상이 안된다)

주말 내내 아이의 조잘조잘 소리와 남편의 유튜브 소리, 내가 보는 텔레비전의 소리로 내 귀는 포화상태였다.

생기 그 자체의 아이가 내뿜는 에너지와 다양한 말의 구사능력! 너무도 반갑고 예쁘지만 가끔은 벅차다.


말을 늦게 트나 싶을 때는 그렇게 말했으면 싶더니

말이 트인 뒤로는 강약 조절없이 와다다다 내뱉어지는우리 아이의 말소리. 말하는 게 신나는지 모든 말을 다 크게 한다. 혹시 내가 못들었을까봐 더 크게 해준다.

그리고 웃는 소리, 떼쓰는 소리,  우는 소리, 딸기 달라는 소리 이건 싫다는 소리, 좋다는 소리, 친구 얘기, 티니핑 얘기, 레고 만들자는 소리, 퍼즐하자는 소리.

귀여운 소리의 향연.


쉼없는 소리의 쏟아짐이 익숙한 내 귀에 오랜만의 공백이 주어지니 그 공백의 소중함이 사무치게 다가온다.

아- 나는 고요함을 사랑하던 사람이었지.  

나는 고요함을 사랑해서 수영을 좋아했다.

물속에는 어떤 소리도 작게 들리니까.

세상의 번잡함이 물에 씻긴다.

나는 고요함과, 그와 어울린 커피, 책읽기 그런 것들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지.

고요함이 주는 ‘나’에 대한 오랜만의 성찰.


끊임없이 여러 곳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양한 매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우르르르 쏟아진다. 포화상태다.


뉴스와 타인의 말소리와, 각자의 생각과, 사회 변화와 부동산 정책과, 육아 정보들, 정치뉴스들.

유익한 정보도, 그렇지 않은 정보도 있다.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동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도 있다.


피로하다. 이러한 소리들로부터 잠시 멈춤을 두는 시간.  


정보를 의식적으로 찾아 수용하기 위한 행위는 흔하고, 많은 이에게 익숙하다. 버튼을 누르고 재생만 하면 음악이든, 정보든, 기사와 뉴스든 많은 정보가 우르르 쏟아진다.


공백을 찾는 행위는 버튼이 없다.

조용함을 찾는 행위는 그래서 더 어렵다.

한달만에 찾은 이 고독의 공백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나의 존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공백의 버튼을 나에게 의식적으로 찾게하고,

속도있게 흘러들어오는 정보의 홍수에 무작정 몸을 던지지 않고, 가끔은 내면에 침잠할 수 있는 단단한 중심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다.  


고요함아 반가웠어!

자주 만나자.

끽! 우리딸 온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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