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이 아니라 '여행'하는 법
여름 방학에 떠난 유럽 여행 중에 스웨덴 북부에 위치한, 유럽에서 가장 큰 급류를 자랑하는 스토르포센(Storforsen) 폭포를 배경으로 일하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근무 시작 일주일 전에도 알지 못했다. 그곳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사람들에게 북유럽 원주민 문화 축제 안내를 하고 스웨덴, 스페인, 독일, 슬로베니아, 스리랑카 등 다양한 문화 및 인종적 배경을 가진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이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우선, 여행 중 어떻게 스웨덴에서 그것도 단 2주만 일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하자면, 덴마크 코펜하겐 여행 중 호스텔에서 만난 독일 친구들과 오스트리아 친구를 통해 유럽에서는 이미 꽤나 유명한 단기 알바 플랫폼 워크어웨이(Workaway)와 월드패커(Worldpackers)를 알게 되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여행자는 보통 하루에 5시간씩, 일주일에 5일 노동을 제공하고 숙식을 제공받는 형식이다. 그래서 나는 단기 알바라는 표현을 썼지만 다른 유럽 친구들은 봉사활동이라고 칭했고 해당 활동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기간은 최소 2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호스트와 상의하기 나름이다. 솅겐 협정 조약국 국민이 아닌 나는 유럽에 비자 없이 여행으로 왔기 때문에 유럽 입국 후 90일 이내에 출국해야 했고 (영국과 아일랜드, 일부 동유럽 제외) 워킹비자가 없기 때문에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워크어웨이와 월드패커에 간간히 찾을 수 있는 숙식제공 플러스 약간의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대신 근로 시간은 더 긴, 일들도 올라온다. EU 회원 국민은 EU국 내의 취업과 거주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제약 없이 수개월 동안 일을 하며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또 다른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 내가 위험한 사람이 아니고 신용이 있는, 신원 멀쩡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 없이 이동하고 취업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편리하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걸 유럽에 나가서 느꼈다. 따지고 보면 유럽 각 국도 언어와 문화, 경제가 다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쉽게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큰 행운이자 장점이다.
나는 덴마크 여행을 하면서 덴마크와 다음 여행지인 스웨덴에 올라오는 일자리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호스트들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지미에게서 긍정적인 답장을 받았고 그렇게 스웨덴에서 ‘사미’라는 북유럽 소수 민족 문화 축제에서 일하게 되었다.
-다음 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