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가 답이다

계속 할 수 있는 힘

by 코모레비

저녁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평소 걷기는 좋아했지만, 달리기는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숨이 차오르는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왠지

버겁고 힘든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에서 심폐 지구력을 높이려면 걷기보다는 달리기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걷기만 하면 되지 뭐‘ 하는 생각으로 모르는 척 덮어 두고 싶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하는 마음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다.


열대야가 한창이던 7월의 어느 날 밤, 무작정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후텁지근한 밤공기를 얼굴로 느끼며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원에 마련된 트랙을 걷거나 달리는 사람들, 트랙 안쪽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농구에 푹 빠져있는 학생들로 공원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트랙을 따라 조금 걷다가, 내 앞을 달려가는 사람의 뒷모습에 이끌려 나도 달리기 시작했다. 300미터쯤 달렸을까? 벌써 숨이 헉헉 차오르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멈추고 200미터쯤 걷다가 다시 달렸다. 800미터 트랙을 그렇게 세 바퀴를 달리고 걸었다. 나의 달리기는 그날 그렇게 시작되었다.


덥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가고 싶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일단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이겨낼 수 있는 유혹이었다. 하루하루 달리는 거리가 길어지기 시작했고, 달리는 요령도 터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찾은 방법은 ‘슬로 러닝(Slow Runnig)’이다. 말 그대로 천천히 달리는 방법이다. 나와 같은 달리기 초보자 ‘병아리 러너’에게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오히려 무리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걷지는 않되 빠르지 않은 속도와 작은 보폭으로 달리기를 하면, 적당히 숨이 찬 상태로 오랫동안 지속해서 달릴 수가 있다.


‘내가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있다고?’

달리면서도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성취감이 또다시 달리게 하는 동력이 된다. 전에는 달리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보면, ‘달리기는 힘들다’라는 생각을 하던 나로서는 그저 선망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런데 조금씩 달려 보니, 매일 지속해 보니 ‘더 잘하고 싶고 나아지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조심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의 속도,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다. 어느 능숙하고 빠른 ‘러너’가 나를 앞서가더라도 그 속도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책 읽기, 글쓰기, 모든 공부가 마찬가지다. 타인과 비교하거나 그의 글이나 지식을 흉내 내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치고 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를 잃어버리고 만다. 읽고 쓰는 일, 달리기도 마찬가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부단히 생각하고, 쓰고, 연습해야만 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가치 있다 여기는 일들의 대부분이 그렇다. “No pain, No gain. ” 고통이 없이는 얻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답은 하나,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로 ‘할 수 없음’을 정당화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 일을 ‘하는 것’이다. 하던 일을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다면,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손을 뻗고 발을 내딛는 행동만이 그 두려움을 없애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 속에서 겪게 되는 수많은 고민과 어려움, 수고와 노력이 오르막 내리막을 그리며 결국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해 주리라 믿는다.


자,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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