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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다시 꺼내보는 오래된 사랑”

호우시절(오래된 영화)

by 낮은소리

2009년 작 영화이다.

당시 눈빛이 살아있고 기럭지가 우월한(?) 정우성과 청순미 풀풀나는 고원원이라는 중국배우가

나오는 포스터가 참 매력적이어서 보게 된 영화!


다년간의 영화관람 내공으로 짐작하기를 잔잔한 사랑이야기일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보았었는데

보는 내내…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가슴 한구석에 숨어있던 어떤 감정이 툭하고 건드렸다.


단지 옛 연인을 우연히 만나 다시 사랑을 키우고 우여곡절을 거쳐 해피엔딩을 맞는

그렇고 그런 영화로 보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대사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중국 쓰촨성으로 출장을 간 동하(정우성)는 시인 두보가 기거했던 청두에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가이드로 일하는 미국유학시절 친구인 메이(고원원)를 만났다


유학시절 메이를 사랑했었다는 기억의 동하와 사귀지도 않았었다는 메이(고원원)의

서로 다른 기억은 짧은 재회 속에서 간격을 좁혀가 메이에게는 동하의 기억을 받아 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난 네가 시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러게~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처음에는 잠깐 다니려고 했었어

첫 월급 타면 그만두고 다시 글을 써야지 했는데

런데 다음 달 월급이 들어오고

또 승진을 하고

그러고 나니까 책임 질 일이 더 많아지고

점점 더 그만두기 어려워지더라고..


내가 보낸 엽서 받아 보긴 했니?

왜 답장 안 했어?

쓰기는 참 많이 썼는데

그런데 보낼 수가 없었어


왜?

솔직하게 말해?

응, 솔직하게!

처음엔 사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었고

시간이 생겼을 땐

여자친구가 있었어!


어떤 여자였는지 궁금해..


메이! 내가 처음부터 널 사랑했었다는 걸 지금이라도 증명한다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아니면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걸까’


대사만을 봐서는 둘의 사랑에 대한 기억을 메이가 좀 더 가지고 있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으려는 메이의 감정을 읽을 수 있고

바보 같게도 동하는 너무도 솔직하다.

영화를 보면서 생겼던 가슴속 덩어리는 역설적으로 그 솔직함 때문이었나 보다.


아름다운 학창 시절, 젊기에 순수했던 그 시절에는 감정표현에 서툴러서

솔직하지 못했고, 나이가 들어 솔직해진 것은 감정에 충실해져서가 아니라

현실의 생활과 사회에 물들어 버렸기 때문이라는 안따까움!


그리고 내 지난날을 되뇌이며 내 의지와는 반대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두려워 도망치는 바람에..

많은 것들에 대한 미련과 후회, 그리고 소심한 분노까지

20대의 사랑은 표현에는 두려움이 컸었다


그 사랑이 재회일 때는 더욱 그렇겠지.

더구나 20대의 시절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고

그만큼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면 더더욱이나 망설여졌을테고. ..


그래서 서로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알면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아직 두 배우의 얼굴엔 20대의 폭풍 같은 감정이 남아있지만

현실이라는 벽을 두려워하는 아직도 미숙한 30대일 뿐!



순간 감정을 숨기던 메이가 먼저 자신의 기억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동하도 그 기억에 답을한다.


서로의 감정을 알고 느끼고 이해하지만 서로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망설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현실을 핑계로 혹은 서로의 감정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망설였던 지난 시절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영화는 메이가 아픈 기억을 떨쳐버리고 밝게 웃으며 자전거를 타는 장면과

케쥬얼차림의 동하가 두보초당 앞에 서있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아마도 해피엔딩이겠죠!


흔히 인생에 있어 기회는 여러 번 온다고 한다

그게 사랑이건 성공이건 간에

하지만 사람들은 그 기회를 말 그대로 기회로 알고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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