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rox 하이록스

#록서입문

by Lucia

“상범씨, 하이록스 경기가 인천에서 10주 후에 열린다네. 나 그거 한번 해보려고.”

“…..”


남편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이미 충분히 바쁜 사람이 또 새로운 일을 벌이는군.”


남편은 무던한 성격이라 “하지 마” 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으로 자신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하이록스는 올림픽 하키 챔피언 선수에 의해 2017년 독일에서 처음 소개 되었다. 짧은 역사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록 전 세계 피트니스 시장에 자리 잡았으며, 가파르게 인지도와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하이록스는 유산소와 웨이트가 결합된 8개의 동작과 8킬로미터의 러닝으로 이루어진 경기다. 다른 참가차들과 경쟁하는 ‘경기’ 이긴 하지만, 하이록스의 좌우명은 ‘ A Sport for Everybody” 이다.


8킬로 미터 러닝이라는 말을 듣고 “이건 나를 위한 운동이 아니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코스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킬로미터 러닝과 기능적 동작 한 개를 번갈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페이스 조절만 잘 하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경기다. 물론 참가 전에 체력을 단련하는 훈련은 필수다.

나는 운동 자체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힘든 운동을 마친 후의 성취감을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이록스가 정확히 어떤 운동인지 몰라도, 쉽지 않아 보이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경기를 마치고 나면 분명 매우 뿌듯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치 힘들고 지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칭찬 도장’ 처럼.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며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0주, 세 달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니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훈련에 참여하기로 다짐했다. 평일에는 출근 전, 아침 6시 반 수업에 갔다. 새벽 운동을 빠지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밀려와도, 핑계를 찾기 어려운 만큼 결국 가게 된다. 토요일에는 집 근처 호숫가를 돌며 러닝 연습을 했고, 일요일에는 하이록스 참가자들과 함께 훈련했다. 가장 격렬한 훈련이 있는 날은 러닝, 웨이트, 유산소 동작을 포함해 세 시간동안 운동을 지속하기도 했다. 주어진 코스를 완수해야만 그날의 운동이 끝났기에, 어떤 핑계로 소용 없었다. 오로지 ‘나’와의 싸움이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냈다.


하이록스 트레이닝 기간 중간에 해외 출장이 잡혀 있었다. 제네바에 일주일 간 머무는 동안 운동할 수 있는 곳을 검색해 보니, 호텔에서 도보 8분 거리에 트레이닝 센터가 있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출장 기간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갔다. 제네바의 레만 호숫가를 따라 달렸던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상쾌한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함께 팀을 이루어 하이록스 경기에 참가하는 팀원들에게 최소한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를 단련했다.


그렇게 10주의 훈련을 마치고, 10월 중순 인천 송도 컨벤션 센터에서 하이록스 경기가 열렸다. 성별, 난이도, 싱글, 단체 별로 시간대가 나뉘어 진행되었다. 경기장은 참가자들과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10월의 차가운 가을 공기 대신 습식 사우나처럼 후끈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나와 함께 ‘더블 오픈’ 경기에 참가하는 금별이와 출발선에 섰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자 심장이 몸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요동쳤다. 한 팀인 금별이와 나는 항상 페이스를 조절하며 함께 움직여야 했다. 마치 우리의 두 심장이 실로 연결되어 있듯이. 일정 간격 이상 벌어지면 발목에 찬 전자 센서에 의해 페널티가 주어졌다.

내가 더 잘 하는 슬레드 풀과 월볼은 내가 더 많은 개수를 담당했고, 금별이는 그녀가 더 잘하는 에르그 스키 머신에서 더 많은 미터를 해주었다. 두 명이 모든 동작을 정확히 반반씩 나누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응원 소리에 다시 전기 충전을 받은 듯 힘이 솟았다. 응원의 힘은 엄청나다. 1시간 20분동안 모든 종목을 완주했다. 하나씩 주어진 종목을 끝내고 다음 코스로 이동할 때마다, 마치 영원히 이 강도로 운동할 수 있을 것 같은 희열을 경혐했다. 아마도 ‘러너스 하이’ 라고 하는, 몸속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폭발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하이록스 경험은 내가 기대했던 감정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 둔 그날의 사진과 영상들을 가끔 열어본다. 그 순간의 열기를 떠올리면, 마치 용맹한 전사가 된 듯한 마음가짐이 생긴다. 같은 센터에서 출전한 상우 코치는 남녀 더블 20대 부분에서 1등을 차지 했고, 승리의 깃발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축하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경기가 단순히 완주 기록과 등수를 남기는 경기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주어진 종목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팀워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팀워크는 회사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체 걸쳐 중요한 파트너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완주를 위해 1시간에서 1시간 30부 가량 지속되는 훈련을 거치며, ‘인내력’ 의 가치를 다시금 깨달았다.


무언가를 우직하게,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힘, 시작을 했으면 최소한 끝까지 해내겠다는 마음가짐은 인생의 수많은 순간에서 중요한 가치가 된다.


백발이 성성한 참가자들이 완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들었다. 한쪽 다리를 깁스한 채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으며 끝까지 완주하는 사람을 보며, 그의 용기와 결단력에 찬사를 보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하기에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순간은 거의 오지 않는다. 나 역시 하이록스를 하지 않을 핑계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이 도전을 선택한 내 자신을 칭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응원하고 지지하며 완주한 아름다운 여정을 함께한 내 파트너 금별이에게도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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