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사오고인물
“왜 나는 안되는 걸까?”
“왜…나는 아닌 걸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여러번 되뇌어도 도무지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결국 생각의 흐름은 멈췄다. 가까운 지인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나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존감은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격렬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해 봄이었다.
햇살이 살갗에 닿기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씨. 봄 공기의 가벼운 한기를 깊게 들이마시면 마치 몸속에 에너지가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게 가능할 거 같고, 곧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나날.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날씨가 야속할 만큼. 나는 그때 상처 입은 내 자존감과 지친 영혼을 어루만져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의 본사는 파리에 있었고, 한국 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전 세계 임직원 중 한국인은 오직 나 하나였다. 두 팔 걷어붙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해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 고민하여 임했다. 승진이나 보상을 기대하며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을 다 갈아 넣을 각오로 뛰었다. 과장된 표현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200%의 진심을 쏟았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이 싹텄던 것 같다. 회사가 내 기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몸과 마음이 진흙탕에 빠진 듯 무거웠다.
그 답답함을 풀어줄 무언가를 찾던 중, F45라는 운동을 알게 되었다. 어두운 곳에 웅크려 있는 내 영혼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렇게 F45 일주일 체험을 등록했다. 고강도 운동과 빠른 심박수의 변화를 요하는HIT(High Intensity Training) 운동이다. 젊은 사람들이 즐겨 하는 운동이고, 40대인 나에겐 다소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조언을 건넨 사람들 중, 실제로 꾸준히 운동하며 자신을 돌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호기심과 기대 반으로 첫 수업에 참여했지만, 제대로 해낸 동작은 거의 없었다. 부끄러웠다. 운동은 정해진 순서대로 주어진 동작을 시간 내에 수행하고, 다음 스테이션으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동작을 함께 수행하는 팀원이 둘이나 셋씩 있어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던 F45와의 첫 만남은 그렇게 지나갔다.
나는 파리 본사와의 시차 탓에 인해 밤에도 일을 했고, 소중한 내 아이와는 절대적 이고 질 높은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더더욱 ‘딱 45분 동안 다른 생각 없이 온몸을 불태울 수 있는 운동’ 이라는 점에서 F45가 매력적이었다.
나는 무엇이든 잘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묵묵히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성큼 앞으로 나아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몸의 상처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뇌의 부위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운동을 하며 상처 입은 내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는 느낌이 들었다.
새벽 6시 30분 수업을 향해 걸어가는 길, 아직 세상은 캄캄했고 고요했다. 스튜디오가 가까워지자 멀리서부터 쿵쾅대는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졸린 눈으로 터벅터벅 걷다가도, 스튜디오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ㅎㅇ식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한계를 깨뜨리려는 진지한 사람들이 있었다. 열기로 가득 찬 공간은 늘 북적였다. 무더운 여름엔 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러 잔이 줄지어 놓였고, 그 새벽의 에너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새벽 운동은 시간이 지나도 결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매일 아침은 또 다른 고민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밖으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나는 하루하루 더 단단해 지고 있다고 느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 내 자존감도 조금씩 색을 되찾는 듯 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만약 지금의 내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이미 남들보다 성공할 확률은 높다고 생각한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가능성 또한, 분명 높아진다.
얼마 전, 누군가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그 문장을 공유하고 싶다.
“Your future you needs you.”
“미래의 너는 지금의 너를 필요로 한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고 나아가길. 지금의 고민과 번뇌는 분명 과정의 일부이고, 앞으로는 분명 더 잘 될 일만 남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