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은 나도 몰라
꽃내음이 바람에 흩날리는 아름답고 눈부신 봄이었던 것 같다. 여느 때와 다르게 계절이 지나가는지 모르고 바쁘게 살아야 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면서 고난과 역경의 시간이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자양분이 되어가는 시점의 시작이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의 힘겨웠던 삼십 대를 보내고 마흔을 시작하는 기분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는 나날들의 기분 좋은 느낌이다.
사실 나는 꽃내음을 맡을 여유도, 계절이 변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게 살았다. 시골에서 상경해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채 엄마, 그리고 아내가 동시에 되었다. 남편 자리가 싫다던 아이들의 아빠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을 때, 세상에 혼자 버려지는 그 무서움과 두려움과 공포는 직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공감하기도 그 크기를 감히 가늠어 보기도 힘들다.
처음 홀로서기할 때 가지고 나온 것이라곤 옷 몇 벌과 대출이 가득한 중고차가 전부였다. 내가 그렇게 조용하게 나오는 게 모두에게 좋은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나만 희생하면 상황이 정리될 것 같은 마음이 커서 또 그렇게 나는 희생을 하며 홀로서기로 마음먹었다.
꽃이 피는 것도, 계절이 변하는 것도 알게 될 즈음 문득 거울을 보게 되었을 때가 있었다. 아직 나는 예쁠 때가 아닌가? 예쁨을 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은 여자인걸 그동안 먹고살기 힘들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초반에 애들 아빠를 만나 외도와 별거와 소송으로 젊은 날의 세월을 보냈던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연인들을 보면서도 저렇게 사랑을 하면 기분이 좋을까? 맛있는 걸 먹으면 생각이 난다는데 그게 어떤 느낌일까? 엄마가 아이를 사랑하는 모성애 같은 느낌인 건가? 사랑이란 도대체 어떠한 감정인 것일까? 아리송하며 나에게는 그저 천마루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소설 같은 사랑의 감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사랑이 하고 싶었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랑보다는 함께 일상의 소소함을 함께하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동반자 같은 친구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나의 봄은 새로운 시작을 희망하면서 시작되었다.
평소 유튜브로 뉴스를 많이 보면서 가끔 알고리즘으로 떠오르는 < 자신감 넘치는 여성 >의 영상에 알고리즘에 의해 눈에 솔깃한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뭐지? 이건... ”
입으로는 뭐지?라는 의문을 가지면서 내 손은 그 솔깃한 광고에 호기심이 생겨 눌러 데이팅어플 사이트로 들어가 있었다.
그 광고는 재혼을 목적으로 한 데이팅어플이었다. 한눈에 대충 봐도 멋진 남성분들과 여성분들이 가득했고, 그동안 데이팅어플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지만 그래도 누굴 만날 기회나 상황이 없었기에 호기심으로 가입하고 있었다.
데이팅어플에는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아주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진과 멋진 사진들, 본인을 짧은 시간에 어필하려고 자기소개도 멋들어지게 하는 그런 내가 알고 있는 세상과는 다르게 다른 세상에서 다들 바쁘게 살고 있었다. 과연 이곳에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호기심으로 나도 그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의 나이, 연봉, 결혼 유무, 자녀 유무, 재산상태 등을 빈칸에서 채워나가는 동안 단순히 누굴 알아야 하는데 결혼정보회사처럼 이렇게 개인적이고 민감한 질문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렇게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채워나가면서 나는 혼잣말을 했다.
” 이렇게 민감한 질문까지 물어보고 채워야 하는데 내가 진심인 만큼 상대방도 진심이겠지?? “
그렇게 나의 단짝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생김에 기대를 하고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도 보정어플에 의해 살짝 수정하고 완료하였다. 그렇게 나도 새로운 세상에 한 발자국 들어선 것이다.
“그래! 이제 나도 누굴 만나보자. 제발 좋은 분이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은 정말 간절했고 크지 않았다. 그냥 안부를 물으면서 오늘 있었던 나의 속상한 일을 이야기하며, 가끔 맥주 한잔 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는 나를 알기에 돈이 많거나 능력이 좋거나 잘생긴 사람이 아닌 그냥 단순히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같은 사람을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그에게는 아주 먹기 좋게 썰어진 고기처럼 혹은 이제 갓 태어난 초식동물의 새끼를 바라보는 하이에나처럼 나는 그의 그녀들의 한 명의 후보로 한걸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