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어떻게 영화 촬영지의 메카가 되었나?
‘The White Lotus’ 시즌 3로 다시 뜬 태국… HBO Max, 아시아 전략의 정점 찍다
HBO의 프리미엄 시리즈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 시즌 3가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며 태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이고 있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이하 WBD)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번 시즌은 글로벌 시청자 수가 에피소드당 평균 2,500만 명에 달하며 전 시즌 대비 40% 이상 증가한 성과를 거두었다.
태국, 글로벌 콘텐츠 제작의 허브로
이번 시즌은 태국의 코사무이와 푸껫에 위치한 고급 리조트(포시즌스, 아난타라 등)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광과 고급스러운 연출을 통해 시청자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WBD는 1분기 주주서한을 통해 "화이트 로터스 시즌3은 전 세계 소셜미디어에서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하는 작품"이라며, Max 플랫폼의 대표 콘텐츠로 지목했다.
코사무이의 포시즌스 리조트(Four Seasons Resort Koh Samui)와 푸껫의 아난타라 마이카오 빌라(Anantara Mai Khao Phuket Villas) 등 럭셔리 리조트에서 촬영된 화이트 로투스 시즌 3은 아름다운 해변과 태국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시각적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태국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제작의 핵심지가 되고 있다. 태국영화사무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490편의 해외 영상물이 태국에서 촬영되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수치다.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나이트 에이전트' 시즌2는 방콕에서 촬영되었고, FX의 신작 '에일리언: 어스' 또한 방콕에서 제작되었다. 여기에 유니버설의 기대작 '쥬라기 월드 리버스' 역시 방콕, 크라비, 트랑, 팡아, 치앙마이 등 태국 전역에서 촬영됐다. 이로 인해 방콕에는 '쥬라기월드: 익스피리언스(Jurassic World: The Experience)'라는 이머시브 어트랙션, 몰입형 체험관이 오는 2분기에 개장된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도 태국은 빠르게 방역지침을 마련하며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76편, 2021년 121편의 해외 프로젝트가 멈추지 않고 제작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해외 제작사들이 지속적으로 태국을 재방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적 유인: 리베이트와 인프라의 힘
태국이 촬영지로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 혜택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태국 정부는 제작비 규모에 따라 최대 30%까지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해 20%에서 올해는 30%까지 인상될 정도 해외 영화와 드라마 촬영 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태국인 스태프를 고용하거나 태국 관광을 홍보하는 제작물은 리베이트 5%를 추가 지급하며, 특정 지역에서 촬영, 후반작업까지 태국 내에서 진행할 경우에도 추가 리베이트가 지급된다.
이 같은 매력 덕분에 할리우드 제작진의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 영화협회(MPAA)와 협의를 하고 있는 태국은 올해는 지난 해 보다 더 많은 작품이 촬영될 거라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1월에만 62개의 작품이 태국에서 촬영되었다.
이처럼 '화이트 로터스' 시즌 3에서 잘 드러난 아름다운 해변, 럭셔리 리조트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돕는 경제적 지원이 어우러진 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영상 제작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태국과 너무 대조적인 한국... 사라진 정책
3월에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적 인기를 얻었다. 최근 열린 제61회 백사예술대상에서는 4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흥행 못지않게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로 제주 관광지가 활성화 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물론 촬영지가 제주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제주를 배경으로 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 치고는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다.
지난해 제주도 방문객은 1,378만 명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지만 목표(1,4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고, 내국인 관광객도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그나마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169.6% 증가하면서 소폭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국인 관광객 비율이 86% 수준으로 높다. 외국인 관광객은 190만 명 정도로 태국의 외국인 관광객 3,532만 명(2023년 기준)과는 비교가 안되는 적은 수이고, 오히려 한국에서 태국을 방문한 관광객 186만 명과 유사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매력을 전 세계에 열심히 알리고 있다.
이제 콘텐츠는 단순한 유통을 넘어 관광, 유통 등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전략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자치단체 차원의 콘텐츠 인프라 확충과 지역 연계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콘텐츠의 산업적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화이트 로터스’의 성공에서 확인할 수 있듯, 태국은 콘텐츠와 관광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제 한국도 이러한 해외 사례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우리만의 지속 가능한 제작 및 유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방송 미디어 엔터-테크 전문 연구소, 다이렉트미디어랩(Directmedi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