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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굶은 마음

by 백창인

다들 괴팍한 노인을 욕하고 모난 친구를 욕하고 입술을 오므렸다 벌렸다 오므렸다 벌렸다 엄마 아빠 엄마 아빠는 욕해선 안 된다 그것이 선이라고 낄낄


복작한 도시 그 한가운데 줄 서서 먹는 맛집은 쩝쩝 소리가 낮이고 밤이고 끊이지 않는다 쩝쩝 소리가 듣기 싫어 주방장은 십오시부터 십칠시까지 휴식을 선언


나의 집 밖은 무언가 펑펑 터지고 핏물이 튀기고 개들이 웅덩이를 핥는다 손님들이 들어닥친다 초대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가드를 올린다 전투 태세


작지만 큰 것 크지만 작은 것 무엇이 크고 무엇이 작고 무엇이 이쁘고 무엇이 추하고 무엇이 틀리고 무엇이 또 틀리고 무엇이 가장 틀리다고 노래한다 밤새 취한 사람들만 빼고


시끄러워서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아주 죽지는 않아도 아주 살지도 못하는 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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