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이 안 되는 벽을 사이에 두고,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웃과 함께 산다. 그는 나지막이 욕설을 하거나, 열성팬을 둔 축구팀의 경기를 본다. 나는 가끔만 그 소리를 듣는다. 그것은 분명 그의 배려일 것이다.
며칠 전부터 그는 기침을 한다. 방음이 안 되는 벽에 붙어있는 나의 침대는 그의 기침을 고스란히 받는다. 배려할 수 없는 기침이다. 그는 아마 꼼짝없이 일주일을 방에 갇혀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며칠은 더 배려를 박탈당할 것이다.
몇 주 전 나 역시도 같은 박탈을 겪었다. 그때 나는 그것을 박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방은 좁고, 기침은 방음이 안 되는 벽을 사방으로 때린다. 나에게 가장 큰 소리는 공명에 공명을 거듭한 나의 기침이었다.
밤이 되면 잦아지는 그의 기침은 파열음처럼 나를 뚫고 들어온다. 나는 이 방에서 매일 아침 지구 반대편의 뉴스를 찾아보고, 매일 밤 그의 기침을 듣는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과 내가 이제 알게 된 것.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아프지 않는 것. 나의 기침과 그의 기침. 그의 기침으로 나는 이 밤에 깨어있고 깨어난다.
시간이 정해진 사건은 언젠가 끝이 난다. 얼굴도 모르는 이웃과 나는 언젠가 이곳을 떠난다. 남는 것은 방음이 안 되는 벽, 방은 좁고, 곰팡이처럼 여기저기에 스며든 그의 기침, 그리고 나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