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어주는 모임에 들어갔다. 안내문에 적혀 있던 문구는 단 한 줄이었다. ‘사진 찍는 모임이 아닙니다.’
연락을 받은 대로 어느 광장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얼추 원으로 둘러섰다. 다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어색한 곁눈질만 보냈다. 한마음으로 책임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었다. “사진은 누가 찍어주나요?” 침묵이 이어졌다. 같은 사람이 다시 외쳤다. “괜찮으시면, 제가 찍어드릴게요.”
우리는 혼란스러웠다. 다 같이 뭉쳐 서야 할지 한 사람씩 따로 서야 할지 몰랐다. 결국 우리는 한 줄로 섰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만 우리를 마주 보았다. 그는 본인의 핸드폰으로 맨 앞의 사람부터 찍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힌 사람은 줄의 맨 끝에 가 섰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은 기계처럼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웃으세요, 하나 둘 셋!” 우리는 그 말에 모두 다른 웃음을 지었다. 나는 마지막 차례였다. 나도 어색하게 웃었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은 굽혔던 허리를 펴고 한숨을 내뱉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그는 말했다. “어쩌다 보니 사진 찍는 사람이 되었네요. 그럼 이제 저는 이 모임에 낄 수 없는 거겠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그는 우리의 사진이 담긴 핸드폰을 들고 유유히 광장을 떠났다. 우리는 어쩔 줄을 몰라했다. 침묵을 깬 것은 맨 앞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러면 이제 제가 찍어드릴게요.”
같은 루틴의 반복이었다. 웃으세요, 하나 둘 셋. 웃음. 자리 이동. 웃으세요, 하나 둘 셋. 웃음. 자리 이동. 그렇게 나도 두 번째로 웃고 다시 맨 뒤에 가 섰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떠났다. 모임은 한 사람씩 줄고, 남은 줄의 맨 앞사람이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새 광장에는 둘만 남았다. 내 앞사람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회원님은 찍을 사람이 없어서 어떡하죠.” 나는 대답 대신 그저 웃어 보였다. 몇 번째로 웃는 건지 기억이 나지도 않았다. 사진 찍어주는 사람은 나를 찍고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나는 웃음을 풀고 광장에 홀로 섰다. 그들은 모두 자격이 없다며 모임을 나갔지만, 결국 사진 찍어주지 못한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이 모임의 유일한 조건을 다시 생각했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가? 안내문은 순 엉터리였다. 그렇게 나는 사람 수만큼의 웃음을 남기고, 단 하나의 웃음도 가지지 못한 채 사진 찍어주는 모임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