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육포

"맛있는 육포를 찾아 들어온 분들께"

by 백창인

블로그에는 유입검색어 확인 기능이 있다. 사람들이 어떻게 내 글을 읽게 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보고 있자니 재미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궁금해 한 사람은 내 한풀이를 읽었을 테고, 마조히즘을 남몰래 찾아본 누군가는 헬스장 체험기를 읽고 실망했을 것이다.


따라서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쉽게 바꿔보자. 내 글은 어떤 음식과 같은가? 꼭 필요한 건 아니므로 밥이나 김치는 탈락이다. 달콤한 디저트류도 어울리지 않는다. 너무 달아오르지 않으니까 생식에 가까워야 한다. 건조하되 또 푸석푸석한 건 아니다.


육포. 그 정도의 씹을 거리만 있어도 큰 보람이 되겠다. 그 정도의 양념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그렇게 손이 계속 가는 글이기를, 그렇게 한 끼 먹고 간단히 즐겨주시기를. 끝으로 맛있는 육포를 찾아 들어온 분들께 심심한 용서를 구한다.


17.09.1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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