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번역"
첫 번째 생각,
번역가는 가장 따분한 직업의 하나다. 완성된 작품은 결코 번역가의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옮겨 적는 데서 어떤 희열을 느낄 수 있는지 의아하다. 설령 그것이 창조라 하더라도 새장 속의 날갯짓에 불과하다. 억압이 없는 글쓰기라야 비로소 신성함이 생기니, 번역은 거룩한 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두 번째 생각,
외국 문학을 읽다가 터지는 감탄사는 으레 좌절감을 동반한다. 반쪽짜리 쾌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번역가가 느낄 순전한 쾌감이 못 견디게 부러워진다. 불어를 전공하여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이방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번역의 신성함은 차치하고, 그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실 번역의 목적에는 어긋난 행복이다.
세 번째 생각,
영화 웹진을 뒤적거리면 번역에 대한 게시글을 가끔 본다. 좋은 번역은 원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는 낭만을,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는 재치를 더한다. 그러고 곱씹어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새장은 액자로, 억압은 영감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작가라 하지만 결국 번역가며, 번역가가 또 작가다. 나의 글 또한 일상의 번역이 아니었던가.
17.09.19.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