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금 여기

53. 마조히스트

"성취는 마조히즘에 있다"

by 백창인

어떠한 이유로 헬스장에 다니게 됐다. 자의는 아니지만 후회 없는 선택이다. 글쓰기에서 정신의 흔적을 확인한다면 운동에서 육체의 펄떡거림을 확인한다.


생각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고통은 온다. 온 정신을 음악에 집중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아프지만 계속해야 한다. 아파야 운동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다른 일도 그렇다. 머리가 지끈거려야 공부한 것이다. 마음이 저려야 사랑한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헛소리는 아니다. 성취는 마조히즘에 있다. 우리 삶을 관통하는 역설인 듯하다.


나도 가끔 그런 변태적인 성향에 사로잡혀, 어디 한 번 아플 때까지 아파보자며 내 몸과 정신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있다. 육상 선수들의 막판 스퍼트가 그런 느낌일까. 체력은 바닥이 났는데 오히려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서 어느 지점을 지났을 때 모든 것을 일제히 던져버린다, <위플래시>의 마지막 연주처럼. 그 가벼움은 아주 오묘한 쾌감이다. 육체의 펄떡거림보다도 그 쾌감에 운동을 계속한다.


17.08.14. 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52.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