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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창인 Sep 30. 2017

돌아보기 (1-55)

'지금 여기'를 돌아보며

  어떤 가수를 좋아하면 그의 곡과 더불어 이를 만들게 된 배경도 궁금해집니다. 소위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기 위해 웹진이나 인터뷰를 뒤적거리곤 합니다. 문득 저의 글도 그러한 호기심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지랖일까요, 그래도 가볍게 돌아보려고 합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몇 년이 된 일입니다. 어머니께서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셨다 보니 풍월을 읊듯 끄적거렸나 봅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다가 ‘조우’를 시작으로 날마다 짧은 글을 쓰게 됐습니다. 2016년 9월에 쓴 것이니 이제 막 1년이 된 셈입니다. 이제는 ‘불발탄’이 많아져 글을 자주 쓰지는 않지만, 되려 의무감에서 벗어난 것 같아 홀가분합니다. 가끔씩 오래 쓰는 것이 좋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저의 글감은 대부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치는 것입니다. 작고 가벼운 일이 대개 화두가 되며, ‘이런 걸로도 글을 써?’라는 인상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목표입니다. 참신한 소재에만 함몰되는 태도는 피해야 할 것인데, 돌이켜 보면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마조히스트’나 ‘경복궁 2’는 사실 불필요한 제목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새롭지만 담백한 글이 제게 주어진 다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육포’는 사실 많이 먹기에 좋은 음식은 아니니까요.


  글을 쓰면서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분이 칭찬의 댓글을 남겨주시고, 친구들과 진심이 담긴 소통을 하고,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듣는 게 정말 큰 기쁨이었습니다. ‘조우’를 쓸 때만 해도 책을 출판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 새삼 제가 휘두르는 단어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더 깊게 생각하고, 더 좋은 글을 쓰는 것만이 보답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의 ‘최고작’이 궁금하다고 글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작품 한 작품이 제 자식처럼 소중하지만, 특별히 아끼는 글이 여럿 있습니다. 최고작이라고 감히 이름 붙이기 어려우나, 간략한 설명과 함께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34. 소고기무국 (1) / 35. 소고기무국 (2)

  본래 한 편이었던 글을 브런치에는 나눠서 게재했습니다. 다른 글과 길이을 맞추기 위함으로, 사소한 이유로 글을 죽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혹여나 ‘소고기무국’을 다시 읽게 되신다면 단번에 두 편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글의 구성이 다소 특이합니다. 명절 풍경을 건조하게 묘사하다가, 마지막 문단에 와서야 소고기무국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극적 효과를 노리고 싶었는데 전달이 잘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내용으 형식으나 꽤 공들여 쓴 글이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33. 우화

  ‘우화’는 효실천 토론대회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모아 쓴 글입니다. 제목이 상당히 불친절한데, 사실은 생각할 거리를 우화 형식에 담아 ‘우화’라는 이름의 연작으로 쓸 계획이었습니다. 실제로 블로그에는 ‘우화 2’가 있습니다만, 이 이상의 소재가 나오지 않아 내버려두기로 했습니다.

  

  ‘우화’는 ‘지금 여기’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글입니다.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수필과 달리, 관념 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도 마땅히 제 일상의 일부인지라, 통일성을 아주 해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광속보다 빠른 교통수단이 등장하여 자식이 부모보다 나이가 많아진다면, 그때의 효는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52. 불꽃

  ‘불꽃’은 2015년에 썼으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저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글입니다.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 글은 길이가 꽤 있지만 ‘소고기무국’과 같이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불꽃’만큼은 무조건 하나의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 ‘지금 여기’를 출판할 때도 ‘불꽃’을 가장 마지막에 배치하여 대미를 장식하고자 했습니다. 그만큼 ‘불꽃’을 아낍니다.


  글을 쓰면서 시제에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기본적으로 현재형을 유지하되 몇몇 대목에 과거형을 더했습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글이란 게 참으로 우연의 산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하나하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늘어놓고 싶지만, 왜인지 힘에 부쳐 이만 쓰겠습니다. 100편을 채웠을 때 다시 한번 돌아보고자 합니다만, 크게 달라질 건 없을 듯합니다. 그것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즐겨 쓰지만 문학인이 꿈은 아니며, 오히려 뉴스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름의 오피니언을 써왔으며, 블로그에 이미 올라가 있습니다. ‘지금 여기’가 자리를 잡았으니, 이제는 오피니언을 다루는 매거진도 더불어 관리하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수필과 같이 블로그에 썼던 글을 수정하는 형식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신선한 통찰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의 기본은 재미입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지만, 공유된 글은 읽혀야 합니다. 고리타분한 글을 써놓고 읽히지 않음을 한탄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 이슈를 다루기를 희망하지만 수필을 써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독자분들이 결국에는 저의 오피니언과 수필에서 어떠한 차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소박한 바람입니다. 경지에 다다르려면 오래도록 써야겠죠. 재미있는 글로 계속 찾아뵙겠습니다.


17.09.30.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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