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거짓말 1

by 백창인

밤공기는 이제 겨울 냄새가 난다. 나는 겨울 냄새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마는 올해는 그리할 수 없다. 너와의 만남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이다. 나는 겨울 냄새보다 너를 좋아한다. 그것은 남들에게 웃음거리일지라도 나에게 아주 커다란 뜻이다.


네가 보낸 편지들은 가방 안에 잘 들고 다닌다. 나는 이제 편지 봉투만 보고도 그것이 언제 쓰였는지 알 수 있다. 너는 나에게 주로 행복한 이야기들을 쓰지마는 나는 그것이 더욱 슬프다. 내가 너의 아픔을 안지 못하는 사람임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다. 나는 이것들이 나를 위함이 아니라 너를 위한 것이라고 위안 삼는다. 네가 나에게 행복을 쓰는 것이 실로 네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나는 좋다. 이 믿음이 너에게도 마땅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의 마음은 우주적이지 못하고, 그저 나 한 사람이 다할 수 있는 크기의 마음이다. 그러나 내 눈을 거꾸로 돌려 그 마음을 볼 때면, 나는 그것이 어느 우주보다도 광활함을 느낀다. 가끔은 네가 이 우주에서 마음껏 유영하길 바라지만, 아이 같은 소망을 간직할 때가 아님을 안다. 나는 서서히 내 안에 블랙홀 같은 것이라도 키워보려 한다. 나의 우주는 광활한 만큼 공허하기 때문이다.


이 길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붉은 벽돌집이 눈에 들어온다. 유럽의 시골에나 있어야 할 것이 종로에 잘못 자리 잡아서, 호기심이 동했다. 칵테일 바인 걸 알고 나는 이유모를 설렘을 느꼈다. 그래서 입버릇처럼 너에게 저 집을 가봐야겠다 공언한 것이다. 너는 나의 속뜻을 헤아리지 못했을 테다. 우리 둘이서 술잔을 맞대는 것은 익숙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너와 함께 종로에 올 날이 있겠거니 싶어 나는 그 설렘을 여태 미뤘다. 그런데 올해는 좋아할 수 없는 겨울 냄새가 난다.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정말 입버릇으로 남게 될까 무섭다. 오늘은 네가 권한 대로, 퇴근길에 가벼운 한 잔, 바텐더와 이야기도 나누며, 청승맞은 시늉 한 번 해보려 한다. 이곳의 시간이 즐거운 만큼 나는 너에게 미안할 것이다.


19.10.10. 씀

매거진의 이전글69. 오픈소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