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거짓말 2

by 백창인

기억들이 천천히 데워지던 이불 아래서 내 머리맡에 기댄 너는 이렇게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글을 쓰냐고.
그럼에도 불구한 게 뭐냐고. 물음이 의아해 나는 되물었다.

너는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는 잠을 자고. 남의 상처가 너를 아프게 하지 못하고. 알량한 도덕률을 혐오하고. 네 나태가 예술의 충격량을 압도하고. 수가 읽히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글을 쓰냐고.

나는 막다른 궁지에 몰려 무력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었다. 그래서 글을 쓴다고.

너는 진부해 라고 숨처럼 내뱉은 뒤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잠들었다. 너의 완벽한 승리 나의 완벽한 패배다. 그런데 오늘이 와서 네가 그 날 잠든 것은. 내 낯빛에 드러나는 수치심을 애써 외면한 배려였던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더한 패배감이 되었다.


19.11.09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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