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증후군

by 백창인

아프다는 신호는 두 가지로 감지된다. 증상과 징후다.

증상은 자각되는 병적 상태다. 두통이나 발열처럼, 나는 알지만 남은 모른다.

징후는 그 반대다. 출혈이나 발작처럼, 타인도 그 상태를 지각할 수 있다.


증후군은 증상과 징후의 이유모를 집합이다. 정확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어도, 어떠한 증상과 징후가 묶여 나타나고는 한다. 의학은 이를 일단 증후군으로 두고 인과관계를 찾아내려 애쓴다.


삶은 증상인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뉴스는 살갗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출혈을 만든다. 삶은 증상만이 아니다.

삶은 징후인가? 나의 아픔은 남에게 온전히 공유되지 못한다. 내부 출혈이다. 삶은 징후만이 아니다.


삶은 증후군이다. 저마다 아픈 삶을 산다. 영문을 모르는 아픔이다. 꿈의 시작을 모르듯 태어남을 기억하지 못한다. 별안간 눈 떠보니 살고 있다. 삶은 분명 아프고 아픔은 발산과 수렴을 한다. 그러나 삶이 늘어진 짐짝처럼 느껴질 때마저 아픔은 끝내 함구한다. 무지개의 끝과 같은 절망이다.


이 거대한 병동에서 동병상련 말고 어떤 유대감을 더 느낄까. “나도 증후군 환자”라는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되는 세상이다.


19.12.15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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