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좋은 노래의 맛

올해의 발견, 2인조 밴드 음성녹음

by 빨간망토 채채

스포티파이를 사용하는 많은 경우는 나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추천해 준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스포티파이를 구독하고 있지만, 특정 장르나 아티스트에 치우쳐서 듣는 편이 아니다 보니 뾰족한 추천이 나오지 않아 늘 아쉬워한다. 아무래도 데이터가 한쪽에 편중되어 있을수록 알고리즘이 추천하기도 쉬워지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곡을 디깅할 때는 오히려 그 곡과 비슷한 곡을 추천받기 위해 한 곡을 '라디오' 기능을 이용하거나 자동으로 한 곡 이후에 스포티파이가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을 따라가기도 한다. 그렇게 알게 된 아티스트가 바로 '음성녹음(音聲錄音)'이다. 그 기능은 2~3명의 아티스트 내에서 다른 곡을 틀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 뭐지?' 해서 보면 죄다 음성녹음의 노래였다. 그중에서도 '오프코스', 'Drifter'를 듣고서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그 아티스트를 찾아보게 됐다. Drifter는 묘하게 롤러코스터의 습관이 생각나기도 하고, 오프코스는 브콜너의 감성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큰 호불호 없이 모두에게 잘 녹아들 거라 생각한다.



‘음성녹음’은 보컬 백서현과 건반의 정다인으로 구성된 2인조 여성 듀오다. 2022년 결성되었지만 올 한 해 활발하게 싱글을 발표하고 있으며, 아직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은 인디밴드기도 하다. 카페 언플러그드,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 등 주로 인디 신에서 공연하며 차근히 자신들의 서사를 발전시키고 있다. 쉬운 멜로디, 담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보컬의 뒷면, 곡을 섬세하고 다채롭게 뒷받침하는 건반까지, 좋은 노래의 맛을 여러모로 갖췄다. 인디 록, 팝, 이지리스닝을 좋아하는 청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잠재력 높은 아티스트다.


아티스트 이미지 출처: 벅스


'오프코스'는 2025년 3월에 싱글로 발매되었으며, 다양하게 변주되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인상적인 팝 록이다. 음성녹음의 다른 곡처럼, 한 번 듣고도 비교적 기억에 잘 남는 멜로디와 자연스러운 전개가 특징이다.

그 가운데 건반의 역할이 톡톡하다. 이 곡에서 건반은 단순한 반주를 넘어 리듬과 화성, 분위기 전반을 조율하며 곡의 주요한 흐름을 이끌어낸다. 전주에서부터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고, 깜빡거리는 듯한 신호등을 연상시킨다. 2절부터는 초반과는 다른 건반 사운드가 나오며 존재감을 더욱 키워간다. 변형된 프리코러스에서는 드럼이 살짝 빠지고 건반이 이끌어가는데, 일렉 피아노가 묘하게 2000년대 인디 밴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곡의 첫인상은 낯설지 않다. 이 일렉 피아노는 곡의 후반부까지 지속되며, 후주에서는 변주로 감정을 고조시키며 곡을 마무리한다.


앨범커버 출처: 벅스


사운드가 만들어낸 분위기는 곡의 제목과 앨범 커버가 내포한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자칫 오브코스로 오인할 수 있는 오프코스라는 곡명의 영문 표기는 ‘OffCourse’다. 도로 표지판을 상징하는 앨범 커버를 고려하면, 이는 궤도, 즉 정해진 코스에서의 이탈을 뜻하는 것으로 읽힌다. ‘반복되는 하루를 따라 달려가 희미해진 널 만나려는’ 길. 설령 그 길이 알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툭 말을 걸어오는 듯한 보컬 역시 곡의 분위기를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자신만의 음색과 속도로 곡에 특유의 정서를 덧입힌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유려하게 흐르는 멜로디는 분명 강점이다.


노래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사와 멜로디가 붙지 않는 어색한 지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절에서 ‘나를 덮쳐/오는 세상은’처럼 의미가 분절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이는 곡의 정서적 흐름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기에,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낼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리고 지난 12월 16일, AoB의 기획으로 (역시 무척이나 좋아하는) 신인류와 함께 상상마당 홍대에서 30분간 공연을 한다길래 보러 갔다. 기획 공연 제목은 <기분 좋은 말! 꿈!>. 무려 평일, 스탠딩이라는 악조건 속이지만 두 아티스트 모두 좋아하길래 광클해서 예매에 성공했다. 음성녹음은 듀오다 보니 보컬과 건반이 전면에 나온 무대 구성이었고, 전반적으로 풋풋한 신인의 감성이 묻어났다. 그리고 역시 라이브로 듣는 건 확실히 다르긴 하다. 두 분이 말하시는 것도 처음 들었는데 정말 풋풋 그 자체였다. ㅎㅎ


공연 전 세팅하는 모습


'우우우 나의 사랑'을 듣고 싶었는데 못 들어서 아쉬웠지만, 마지막으로 들은 '마지막곡'의 임팩트가 커서 공연 이후에 새롭게 좋아진 곡이다. 다음에 단독 공연이 있다면 또 찾아가 볼 요량이다. 밴드의 성장을 지켜볼 기회가 있다는 건 분명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올해 11월에라도 알게 되어 너무 기뻤던 밴드. 내년에도 활발히 활동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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