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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Sep 20. 2020

영리한 솔로 데뷔, 유아의 [bon voyage]

이제 난 가장 나다운 게 무엇인지 알겠어

9월 7일, 오마이걸 유아의 솔로 미니앨범이 나왔다.

출처: 벅스(http://www.bugs.co.kr)


오마이걸은 데뷔 6년 차를 맞는 중견 걸그룹이지만, 퀸덤을 기점으로 오마이걸의 콘셉트, 실력은 대중들에게 크게 각인되었다. 그 전에도 <비밀정원>, <다섯번째 계절> 등 대중성을 획득한 노래는 있었지만 "오마이걸이 이 정도였어?"라는 이미지를 남기기에 충분했다. 특히 러블리즈의 노래를 커버한 <Destiny>나 강한 이미지를 보여준 <게릴라> 무대는 종종 생각나서 찾아보게 된다. 


실력과 대중성 모두를 인정받고 있는 오마이걸이지만 솔로 앨범을 발매한 건 유아가 처음이다. 보통 메인보컬이 솔로 출격 첫 타자가 되는 편이라 이례적이기도 하지만, 평소 유아의 특성(?)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테다.


유아는 데뷔곡인 <Closer>에서부터 오마이걸의 콘셉트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센터 멤버였다. 

출처: 오마이걸 Closer 뮤직비디오 (원더케이)


무언가 신비롭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외모에 날렵한 춤 선까지. (그런 그녀가 스트릿댄스도 섭렵했다는 건 퀸덤 나와서야 알았다.) 그래서 어쩌면 유아가 첫 주자로 나온 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춤 실력도, 콘셉트 소화력도, 또 안정적인 노래 실력까지 두루 갖췄으니까. (링크)

출처: 유튜브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채널 (https://www.youtube.com/channel/UCw8ZhLPdQ0u_Y-TLKd61hGA)



#숲에서 태어난 아이는 '나'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이번 앨범을 듣고 A&R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앨범을 구상할 때, 그들은 어떤 키워드들을 떠올렸을까. 신비로움, 춤, 정체성, 존재감, 등의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5곡이고 작사가 또한 여러 명이지만 공통적으로 이 주제를 관통한다. <Bon Voyage*>라는 타이틀.

*좋은 여행되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출처: 숲의 아이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AAOOKbk-knM)


특히 타이틀 곡 <숲의 아이>는 유아만을 위해 세심하게 고민하고 만들어진 노래라는 게 느껴진다. 신비로움을 강조하는 숲의 아이, 초록색 광활한 초원을 달리는 유아의 모습.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 <Bon voyage>라는 앨범 타이틀과 꼭 맞는 출발점. 그리고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춤을 추는' 유아의 모습과 노래. 음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역대의 노래. 


출처: 숲의 아이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AAOOKbk-knM)


들어봐 고운 새들의 저 노랫소리
느껴봐 맨발에 닿는 풀의 싱그러움
지금 난 태어나서 가장 자유로운 춤을 춰
난 춤을 춰

- 유아, 숲의 아이



곡은 굉장히 단순하다. verse와 bridge를 지나면 '숲의 소리'가 후렴을 대신한다. 아프리카 부족의 ethnic 한 소리를 표현하는 리듬 악기, 외침 소리들, 피리소리 등이 등장한다. 광활한 자연을 달려 나가는 숲의 아이가 연상된다. (꼭 뮤비를 감상하길 권한다!) 비록 터지는 후렴구는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군더더기 없는 느낌이다.


출처: 숲의 아이 공식 뮤직비디오 (https://www.youtube.com/watch?v=AAOOKbk-knM)


반복되는 후렴의 외침은 그녀를 부르는 숲의 소리이겠지. 그리고 이 아이는 자신을 찾기 위한 더 깊은 여정으로 나아간다.


나는 찾아가려 해 신비로운 꿈
서로 눈을 맞출 때 더 푸르르던 숲
가장 높은 절벽에 올라가 소리쳐
멀리 세상 저편에 날 기다리는 숲 

- 유아, 숲의 아이


서지음 작사가의 특징일 수도 있겠는데, 이 노래의 운율을 더욱 극대화해주는 건 '푸르르던'과 같은 섬세한 노랫말이다. 서지음 작사가는 오마이걸의 데뷔곡인 'closer'부터 꾸준히 함께 해왔다. 그렇기에 오마이걸의 세계관을 만들어온 사람 중의 하나라고도할 수 있는데, 이번 유아 솔로 앨범에도 콘셉트를 만드는 주축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사가 많아서, 언젠가 한 번 꼭 글로 다루고 싶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


다음 트랙인 <날 찾아서>는 1번 트랙과 연결된다. '도시 속 소음을 뒤로하고' 그녀는 더욱 깊은 나를 찾아 떠난다. 


Down in the down in 날 찾아서
I'm so beautiful 누가 뭐래도
Down in the deep
I'm so beautiful 그저 이대로
Down in the down in 날 찾아서
깊고 푸르른 나의 시간 속

- 유아, 날 찾아서(Far)



3번 트랙인 <Diver>는 디스코풍의 노래다. 유아가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고, 스트릿 댄스에도 재능이 있기에 아마 유아의 취향이 반영된 노래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무대로 본다면 더욱 멋있을 것 같다. 그리고 곡의 분위기마다 달라지는 유아의 창법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4번 트랙인 <자각몽>은 후렴구가 약간 아쉽긴 하다. 다소 진부한 'abracadabra'가 반복되면서 그런 것 같다. (브아걸의 동명 노래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자각'하는 꿈에 있다는 것.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게 이번 앨범의 주제라는 걸 알 수 있는 트랙이다. 그리고 '숲 속이었는데'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역시 1번 트랙의 '나'와 연결된다.



Abracadabra
분명 난 숲속이었는데
순간 커다란 바다가 돼버렸네
바로 이때 다 즐기자 Summer

- 유아, 자각몽 (무대 링크)


출처: MBCKpop 유튜브 채널(https://youtu.be/cEF0fl4OFVw)


숲에서 온 아이든, 바다를 향해 멀리 떠나는 나든, 그 어떤 공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나'인데 그게 무슨 상관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나른해 기분이 이상하네
더 놀고 싶어 하루종일
커다란 무지개 타고 놀래
그다음엔 어딜 갈래
날아서 어디든 닿을 듯해 빌어

- 유아, 자각몽 


'날아서 어디든 닿을 듯'한 공간. 

어디든 닿을 수 있다. 이 노래에선 유아의 음색이 특히 돋보인다.



마지막 곡인 <End of Story>는 이 앨범의 여정을 차분히 정리해주는 노래다. 처음에는 팬들에게 하는 노래일까, 생각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온 자기 자신에게 진솔하게 해 주는 말 같다. 


내 분주했던 걸음이 멈춘 자리엔 It's you
온 세상을 돌아서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줄게
너의 반짝이는 두 눈에 해맑게 눈을 맞춘 채
Let me telling you
이 아름다운 모험의 마지막은 너란 걸

- 유아, End of Story



숲을 돌아, 기나긴 밤과 바다를 넘어,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마치고 난 다음에 나의 모습은 어떨까? 

이전과 많이 달라질까?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바로 '나'


살펴보면 이 앨범의 중심에는 전부 '나'가 있다. 앨범의 중심을 확실히 잡고 갔기에 이런 통일성이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잘 짜여진 그림이라도 마지막 퍼즐의 한 조각은 결국 그것을 소화해내는 사람의 몫일 것이다.  


오마이걸은 데뷔 초부터 화려하게 주목받으며 정상궤도를 달린 걸그룹도 아니고, 대형 기획사 출신도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오마이걸의 성공에 더욱 감정 이입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룹으로도 솔로로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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