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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Oct 15. 2020

YG가 여성을 다루는 방식

잘못된 여성관을 가진 이들이 걸그룹을 기획할 때

글로벌 무대에서의 K-pop 가수들 활약이 눈부시다. 같이 작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보아도, 기록을 세웠다는 뉴스를 보는 것도 크게 놀랍지 않다. 특히 블랙핑크는 작년 코첼라(Coachella)에 참가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글로벌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어갔다. 솔직히 한국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왠지 모르게 뿌듯한 일이다. 한국에서 기획된, 성장한 아티스트가 한국 밖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니까. 특히 남성 아이돌의 경우는 여성 아이돌보다 해외 팬층이 좀 더 두터운 경우가 많았기에 블랙핑크의 인기는 더욱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강렬한 블랙,

그리고 핑크 같은 매력을 가진 여성은

왜 오빠를 외칠까?


Square one (이미지 출처: 벅스)
Square two (이미지 출처: 벅스)


'2NE1'을 배출한 YG 엔터테인먼트답게 강렬한 콘셉과 퍼포먼스, 곡으로 대중들에게 블랙핑크라는 그룹을 각인시켰다. 첫 데뷔는 2016년, <휘파람>과 <붐바야>를 내세운 싱글이었다. 블랙핑크는 가장 예쁜 색으로 표현되는 "핑크"를 "블랙"으로 부정하는 의미를 덧붙여 ‘예쁘게만 보지 마라’,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반전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검은색과 분홍색, 두 가지 색깔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레드벨벳과 비슷한 작명법이다.



BLACKPINK는 YG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 신인 걸그룹으로, 오랜 연습 기간과 YG 아티스트와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통해 실력을 갈고닦으며 내공을 인정받았다. 그들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독립적으로 나서게 된 데뷔 앨범 [SQUARE ONE]은 YG 최고 프로듀서 TEDDY가 2년에 걸친 작업으로 앨범 퀄리티를 최상으로 높였으며, 기존 걸그룹과는 차별화된 독특한 사운드와 매력을 어필했다. YG 스러운 BLACK 감성과 새롭게 선보일 PINK 매력을 동시에 담아낸 [SQUARE ONE]은 베일에 싸였던 새로운 걸그룹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출처: 앨범 소개)


하지만 블랙 감성과 핑크 매력을 가진 'YG 스러운 걸그룹'은 난데없이 춤추다 '오빠'를 찾는다.


좋아 이 분위기가 좋아
좋아 난 지금 네가 좋아
정말 반했어 오늘 밤 너와 춤추고 싶어
BOOMBAYAH
YAH YAH YAH BOOMBAYAH
YAH YAH YAH BOOMBAYAH YAH YAH YAH YAH
BOOM BOOM BA BOOM BOOM BA 오빠


- BLACKPINK, 붐바야 (2016)


데뷔 싱글 <붐바야>는 프로듀싱 전반에 나선 테디와 베키붐이 작사했다. 솔직히 무대를 봤을 때 왜 갑자기 오빠를 외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국의 '오빠무새'들의 마음을 훔치려고 이런 훅을 쓴 걸까? 이게 그들이 말하는 '핑크'의 색깔인 것일까.




투애니원 성공 이후

'철저히 기획된' YG의 걸그룹,

그리고 그들이 인식하는 여성


무대 위에서 주로 세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해왔던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처럼 블랙핑크도 그렇다. 멤버 개개인의 능력치가 뒷받침되기에 소화를 해내는 거겠지. 혹독한 트레이닝 기간을 거치고 살아남은 이들이다. 하지만 왜인지 씁쓸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이미지 출처: http://mn.kbs.co.kr/news/view.do?ncd=3664949


보이 그룹과는 다르게 걸그룹인 투애니원과 블랙핑크를 다루는 YG의 방식 때문이다. 그들은 투애니원 카드를 버렸다. 3인조 활동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결국 해체로 귀결되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CL도 작년 계약 만료가 되어 나갔고,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팬들에게 상처는 남아있는 듯하다. 실제 투애니원이 낸 앨범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미니 앨범 2장에 정규 앨범 2장이다. 선배 그룹인 빅뱅과 비교해봐도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는, 투애니원을 키워놓고 박봄 논란이 터지고 연차가 쌓이면서 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투애니원이라는 카드를 버린 것처럼 보인다. 이는 결국 해체, 방치 논란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걸그룹을 양성하게 된다.


2016년 해체를 공식화 한 그 해, 블랙핑크가 나왔다. YG 걸그룹인데 비주얼이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 첫 노래와 무대는 인상 깊었지만, 다들 너무 말랐다고 생각했고 물론 체질일 수 있지만 짜 맞춘 듯이 그들의 체형은 비슷하다(아마 그에 부합하지 않는 연습생은 탈락되었겠지). 그리고 메인보컬 로제의 창법은 선배 그룹인 투애니원의 박봄을 떠올리게 한다. 지수는 산다라 박의 역할을 맡고 있는 듯하다. 4명이다 보니 당연히 투애니원과 겹쳐 보일 수밖에. 강렬한 콘셉트인 것도 빼닮았다. 이쯤 되면 YG 걸그룹의 공식이 생길 것 같다.


이미지 출처: http://www.healthtomato.com/view.aspx?seq=875736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핑크의 프로듀싱은 YG 전속 프로듀서인 테디가 맡고 있다. 특히 가사에서 참여진은 대부분 남성이다. 그래서일까? 이번 신보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하지만 이게 YG가 결국 여성을 상품화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
가녀린 몸매 속 가려진 Volume은 두 배로
거침없이 직진 굳이 보진 않지 눈치
Black 하면 Pink 우린 예쁘장한 Savage

- BLACKPINK, 뚜두뚜두 (2018)


착한 얼굴은 언제 나온 말이며, '착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태도'야 말로 남자들이 갖는 환상 아닌가? 그들 스스로 '예쁘장'한 Savage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는 정규 1집의 3번 트랙 <Pretty Savage>로 이어지는데, YG가 원하는 콘셉트를 정확히 짚어준다. 너흰 아무리 세도 결국 누군가의 여자에 지나지 않아. '볼륨 있는 가녀린 몸매' 역시 누군가 주입한 환상이다. 그렇기에 블랙핑크가 무대에서 강렬한 콘셉트를 한다 해도 스스로 설득력을 가진다기보다 오히려 YG가 의도하는 여성상을 더욱 드러낼 뿐이다.


이미지 출처: MBC 쇼! 음악중심


비슷한 것 같지 우린 뼛속까지 다름
아이 창피하다가도 멍석 깔면 바름
Born skinny bish 암만 살쪄도 난 마름
계산은 느려도 눈치는 빠름
(...)
비슷한 걸 걸쳤지만 자태부터 다름
짠 하고 나타나면 카펫부터 깔음
Black 했다 Pink 했다 내 맘대로 바꿈
네 질투가 문제야 maybe I’m the problem

검은색 분홍빛이 All up in it make it rain like
Yeah we some bishes you can’t manage
 또 이 어려운 걸 해내지
우린 예쁘장한 savage We some 예쁘장한 savage

- BLACKPINK, Pretty savage (2020)


그리고 전형적인 '여적여' 구조. '난 원래 예쁘고 너네완 달라. 원래 마르게 태어났어. 질투하는 너넨 하수야.'라고 스스로 말하는 입장이라니. 결국 그들이 추구하는 검은색 분홍빛이란 남들과 외적으로 다른 특징을 의미하는 걸까? YG가 생각하는 여성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들은 마른 여자에 대한 선망을 가질 것이라는. 하지만 인간인 이상 많이 먹으면 살이 찌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게 건강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기획한 블랙핑크는 조금이라도 살이 찌면 안 된다. 그래야 이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외적인 미의 기준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 기준은 미디어를 보고 자라난 어린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뼈만 남게 마르고 싶어서 굶어서 다이어트를 하는 '프로아나' 태그를 달고 올리는 트위터가 있는데, 블랙핑크 사진도 많이 올라온다.)




성적 대상화 논란


올 10월에 발매된 정규앨범 타이틀 곡인 <Lovesick girls>는 발매 이후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입고 나와 논란이 된 장면이 있다. (기사)


이미지 출처: 블랙핑크 <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


이에 대해 YG는 해당 장면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사과문이라는 게 결국 '너네가 하도 뭐라 하니까 바꿔준다' 이런 뉘앙스다.



조금도 특정 의도가 없었기에 오랜 시간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면서 이와 같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깊이 깨닫는 계기로 삼겠다. 불편을 느끼신 간호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의료진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사실 간호사 복장만이 아니다.

그들은 유난히 스쿨룩을 자주 입는다. 아니, '입혀지는' 것이겠지. 제발 교복을 성적으로 소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MBC 쇼! 음악중심



Selena Gomez와 함께 작업한 'Ice cream' 뮤직비디오도 심할 정도로 노골적이다. 특히 아래 쟈켓 사진에서 로제의 자세와 의상을 보라... 어떤 의도인지 뻔히 보이지 않나? 롤리타 콘셉트도 아니고. K-pop 걸그룹임을 감안했을 때 기획자의 관점이 100% 들어간 거다. 블랙핑크라는 그룹을 운영할 때 여자의 의견이란 하나도 반영되지 않겠지. 그 누구도 생각이 없는 거다. 여자는 그냥 성적 어필을 하거나 수동적인 존재이니까.



이미지 출처: https://soju1117.tistory.com/188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많은 여자 아이돌들이 무대에선 카리스마 있어도 무대를 내려오면 다 '털털' 혹은 '귀여움', '어리바리', '아기 같음'의 굴레에 빠진다. 그게 갭 차이라 팬들에게 더 인기가 있어서 그런 걸까? 물론 원래 성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잘 이해가 가진 않는다. 특히 블랙핑크는 YG가 마치 한국어는 이렇게 해라-라는 교육을 시킨 것처럼 공통적으로 '애기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 출처: SBS 런닝맨 캡처 (유튜브: https://youtu.be/7xOIJp8CFNw)


멤버 로제가 영어와 한국어를 하는 영상을 보면 그 차이는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https://youtu.be/lDe3BCNa9Sc


그들에게 여자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는 '센 여자'이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고분고분하고 귀여워야 하기 때문에 연습생 시절부터 이런 분위기를 강요받아온 것은 아닐까? 숨 쉬듯 존재하는 여혐 때문에 말이다.




YG는 정말 자정능력이 없다


버닝썬 사태 이후 YG엔터테인먼트는 곤두박질쳤다. 이전에도 말은 많았다. 하지만 바닥이 드러났다. 양현석 대표는 마약은 물론이고 성접대, 원정도박 혐의까지 받았다. (기사) 승리는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수사를 받다 군에 입대하여 재판 중에 있다. (기사)


보란 듯이 무너졌어
바닥을 뚫고 저 지하까지
옷 끝자락 잡겠다고
저 높이 두 손을 뻗어봐도
다시 캄캄한 이곳에 Light up the sky
네 두 눈을 보며 I'll kiss you goodbye
실컷 비웃어라 꼴좋으니까
이제 너희 하나 둘 셋
Ha how you like that?
You gon' like that that that that that

- BLACKPINK, How you like that (2019)


마치 이 노래 가사는 YG가 대중들에게 하는 말 같다. 하지만 정말 책임을 져야 한다. 논란이 일어나면 꼬리 자르기 식이 아니라, 그들이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 사회에 미치는 왜곡된 의식, 심지어 성매매 방조까지. 아이러니한 건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카드는 블랙핑크라는 걸그룹이라는 것이다.



분명 한국의 여성 아티스트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칠 만큼 성공하는 것, 그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뒤에 누가 그 그룹을 기획했는가. 비뚤어진 의식, 왜곡된 성관념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마음 놓고 블랙핑크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마음껏 그들을 좋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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