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끝사랑' 시청기, 아니 청음기(?)
어쩌다 보니 <나는 솔로>를 제외하고는 연프(연애 프로그램)를 일단 보는 편이다. 끝사랑은 시작부터 챙겨본 건 아니었지만 시니어 연프라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1화 말미에 '가족이 써준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나 왜 과몰입하는 건데...)
두 번째 밤, 연프의 백미인 직업 공개를 하는데, "저 사실... 홈 프로텍터로 활동하고 있어요.."와 같은 흔한 연프식의 자기소개가 아니다.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인생의 밤'이라는 시간으로 자기소개를 갖는다. 출연자들의 나이가 50대 이상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을 조명하는 방식이다. 결국 '나의 삶이 나를 말해준다'와 같은 생각도 들었고, 저마다 열심히 살았지만 끝사랑을 찾기 위해 나온 걸 보면 결혼에 관계없이 사랑은 평생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러니 지금 조급해할 것 없다(?)와 같은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끝사랑이 중요한 거니(!)
초반에는 자극적이지 않고 출연자를 잘 다루려는 연출이나 제주도의 아름다운 영상미, 색감 등이 보기 편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연프와는 달리 러브라인이 엄청 부각되거나 복잡하지는 않아서 6-7화 정도에는 너무 전개감이 답답했다. 초반에도 끝사랑에서 쓰이는 배경음악이 남다르다는 생각은 했다. 여성 출연자들을 소개하는 인생의 밤 코너에 쓰인 노래만 봐도 그렇다.
(경희님) blah - 어쩌면 난
(연화님) Owl city, Hanson - Unbelievable
(정숙님) 도원경 - 다시 사랑한다면
(은주님) Day6 - Welcome to the show
(주연님) 김마리 - 너의 이름은 맑음
시니어 연프라고 해서 절대 7080 노래만 선곡하지 않았고, 오히려 최근 발매된 음악, 트렌디한 해외 음악이나 인디 노래까지 매우 폭넓게 사용했다. 예를 들면, wave to earth, Frank Ocean, 혁오&sunset rollercoaster, Fiji Blue, 허회경 등 다채로운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물론 간간이 들려오는 올드 가요도 좋았다.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 김광진의 진심, 빛과 소금의 그대 떠난 뒤, 신해철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등. 그 시절 가요의 정서도 그 나름대로 잘 어우러져 듣기 좋았다. 그리고 깜짝 놀랐던 건 J-pop도 등장했다는 점인데, eill의 finale와 RADWIMPS의 곡도 나왔다. 물론 Instrumental이지만, 그만큼 폭넓게 사용했다는 방증이다.
반면 SBS의 <신들린 연애>도 젊은 감각이 있는 나름 새로운 구성의 연애 프로그램이었는데 선곡은 평범했던 것 같다. MBN <돌싱글즈>는 감각적인 연출(이나 선곡)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 같지는 않다. 물론 연프 단골곡인 Stephen Sanchez의 Until I found you나 Paul의 Sleeping beauty 같은 류도 끝사랑에 나오긴 했다.
또 하나의 좋았던 포인트는 출연자와 그 러브라인을 잘 살려주는 노래들이 테마곡처럼 나왔다는 것. 일례로 형준님은 등장 첫 날밤 자신에게 온 편지를 읽을 때부터 데이먼스이어의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극 중에서 형준님이 약간 힙스터처럼 그려지는데, 그런 의미에서 Frank Ocean의 Pink + White는 정말 파격적이면서도(68년생이심을 고려할 때) 어울리는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극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커플 중 하나는 은주-형준 러브라인인데, 형준님이 데이트 중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죠지'를 언급했고(50대신데 진짜 트렌디하시구나 싶었다) 함께 죠지의 바라봐줘요를 들었기 때문에 유독 이 커플의 러브라인에서 죠지 노래가 나왔다. 처음 보는 나, 고백, 좋아해 등등.. 다 나왔다. 재밌는 건 러브라인이 형성되기 이전에, 은주-형준님 첫 데이트 때도(5화) 캠핑 장면에서 죠지의 언제든 어디라도가 나왔다는 점. 아마 편집자는 과정을 다 아니까 이렇게 선곡했겠지. 끝사랑의 최대 수혜자는 죠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편집 이슈로 극의 후반부를 이끄는 메인 커플인 은주-형준님 서사와 경희님 서사에 몰입했던 것 같다. 경희님은 초반에 진휘님과 좋은 관계를 이뤘지만 진휘님이 연화님에게 향하기 시작하며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자신에게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나온 음악이 바로 권진아의 나의 모양... 이리도 찰떡인데 그게 또 슬픈 장면이다.
그래 나는 바뀌지 않아
애쓰고 애써봐도
기대하지 말아줘 어렵다면 가도 돼
솔직하지 못한 나를
꼭 잡았던 너의 손을 놓아줄게
- 권진아, 나의 모양
하지만 다 표현한다고 감정이라는 게 움직이지 않았던 게 움직이는 건 아니다. 후회는 안 남을 수 있겠지만. 그냥 그 사람과 인연이 아니었던 것일 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경희님께서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그 이후 경희님의 태도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나한테 마음이 떠난 상대에게도 후회 없이 솔직히 표현해 보자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마지막 일대일 데이트 때 브금도 예술인데, '샤이니의 방백 - 김형중 그랬나봐 - 권진아 이별뒷면'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아주 가슴을 울린다. 개인적으로는 경희님 서사도 참 인상적이었다.
끝사랑의 플리를 공유해야지라고 생각했을 때부터 조금 고민되었다. 각 잡고 찾아보니 꽤나 많은 노래들이 있었고, 극 중에서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노래들도 있었다. 1화부터 몇 곡 씩 내가 선별한 좋은 노래로 플리를 구성할 수도 있었고, 메인 커플의 테마로 구성하는 것도 한 방안일 거고. 여러모로 고민했다.
그래도 일차적으로는 '소개하고 싶은 노래'라는 허들을 두고 선곡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사랑을 하기까지의 일련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몇 번이나 해봤던 사랑의 과정,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을 또 반복하게 되는 마음.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한 불안, 고민하는 감성을 초반에 담고, 사랑의 감정이 점점 깊어지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중반부에 담았다.
그렇게 끝사랑을 찾고 싶은 나에게, 너에게 보내는 이야기라는 컨셉으로 플리를 구성하게 되었다. (링크)
그래서 끝사랑엔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덧붙이고 싶은 선곡, 나의 마음을 담아 선곡한 노래도 몇 개 있다. 나의 킥이랄까... (플리에서 꼭 들어주세요!! 알아채신다고 해도... 상품은 없습니다..)
이젠 혼자인 시간보다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아
나를 끝없이 약해지게 하는 너를 어떻게 할까
내 마음도 똑같다고 말해 줄래
더는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게
내 모든 미래에 함께해 줄래
너는 그대로이면 돼
- 구름, 1+1=1
번외로 끝사랑을 시청하며 '잘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도 나이 들어도 새로운 취미를 찾으며 계속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 운동은 꼭 열심히 해야겠구나 뭐 이런 류의 생각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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