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 ME를 듣고 울뻔한 K-직장인

이건 젠지를 위한 노래가 아냐

by 빨간망토 채채

스타십에서 선보인 새로운 걸그룹, 키키(KiiKii). 정식 음원 발매 전부터 특이한(매우 젠지스러운) SNS를 통한 티징, 갑작스러운 뮤직비디오 선공개 등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궁금증에 뮤직비디오를 보니 초원 같은 들판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요즘애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헤미안 히피 스타일인가 싶어 스타십에서 이런 색의 걸그룹을 선보인다고 하여 조금 놀라긴 했다(옛날 유아가 부른 숲의 아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래가 좋아 놀랐다. 정식 음원이 없고 유튜브 뮤직을 구독하지 않는 나임에도 몇 번 뮤비를 클릭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와이파이로)

(이미지 출처: 키키 - I DO ME 공식 뮤직비디오)


그리고 공식 음원이 24일인가 발표되고, 가사에 두 번 놀랐다.


I could go somewhere
Maybe anywhere
내 직감은 늘 맞으니깐 Just feel it
(...)
난 나답게 더 빛나져

- 키키, I DO ME


가장 먼저 딱 요즘 친구들을 나타내주는 대변하는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시대에 1n 년 산 친구들은 이런 태도를 타고나면서부터 가지지 않았을까. 퍼스널 컬러, 셀프 촬영 스튜디오 등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모든 게 나에 초점 맞춰져 있고 내가 중요하고. 나를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 없고 특별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당당해져라'라는 메시지를 선보여온 같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인 아이브도와 비슷한 결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I DO ME 앨범커버 (이미지 출처: 벅스뮤직)


자신의 직감을 믿고 자신 있게 살겠다는

주체적인 소녀의 마음


다른 문을 열어 따라 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I'm on my way 넌 그냥 믿으면 돼
(...)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올라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

- 아이브(IVE), I AM

아이브의 노래들도 그런 점에서 3n살을 산 나에게 굉장히 힘이 되었었다. '나를 믿자'라는 단순한 이야기, '하고 싶은 대로 꿈을 좇아가라는' 메시지. 꿈을 좇을 수도, 아니 거창한 꿈이라는 게 애초에 없을 수 있다는 걸 아는 시기의 나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말이다. I AM도 명가 사지만, Kitsch 또한 직장 때문에 답답할 때 출근하면서 들었다(잔소리는 quite down!).


My favorite things 그런 것 들엔 좀
점수를 매기지 마
난 생겨 먹은 대로 사는 애야, 뭘 더 바래
(...)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뭐 어때 huh
답답한 이 세상 앞엔 멋대로 할래
YOLO! Say no! 너의 길을 가 now
잔소리는 Quite down 이제 그만 Peace out

- 아이브(IVE), Kitsch


사실 고백하자면 요새 맨날 지적만 받는다. 괴롭힘 의도의 악의 있는 지적은 아니고, 업무 지적이다. (전제할 것은, 나는 주어진 일을 책임감 있게, 1인분은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런 나에게, 이 노래는 어쩌면 직장인을 위한 송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는데 더 잘 하래. 뭘 그렇게 못한다고 지적이야. 내가 뭐 그렇게 부족한가? 싶고. 가스라이팅까진 아니어도 더 잘하라는 압박에 시달리는 나. 아니 뭐 난 내 방식대로 잘하고 있다고!!!

충분히 말이다.



뜻밖의 치유

그러던 차에 “네 직감이 맞아”라고 말해주는 이 노래에 K-직장인은 뜻밖의 치유 효과를 얻었다. 꿈을 좇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지닌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날 억누르고, 해야 할 것만 넘쳐나는 곳이 직장이니 말이다(물론 안 그런 이상적인 곳도 있겠죠....).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 뭐 어때'가 통하지 않는 사회생활.


'이걸 해야 돼.' '거길 가야 돼.'
상관없죠,
난 '내'가 될 거에여

난, 나답게 더 잘해여


그래서 이 노래는 젠지를 대변하는 노래는 될 수 있겠지만, 젠지를 '위한' 노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애들이 이래서 나쁘다를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요새 친구들이 그렇게 까지 '억압'받고, 규율에 억눌러지고,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못하고 사는 게 답답할까 싶긴 해서다(라떼는 두발 규제도 했다고...). 20년 전보다는 학생 인권에 대한 존중 개념이라든지, 물질·기술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자라났을 텐데 말이다.


하루종일 숨 가쁘게 업무를 쳐내고 눈치 보고 누군가를 응대하고 나면 퇴근길의 나는 너덜너덜. 하고픈 건 있지만 할 에너지도 없다.

휴. 그럼에도 기운을 내서 살아가는 건 이러한 노랫말들이 날 이끌어줘서다. 다가올 키키 앨범에 담길 이야기도 기대해 보면서. 출근길에, 러닝 하면서, 오늘도 I DO ME를 들으며 되뇐다.

기죽지 말고, "남 눈치's why do you care? 오늘도 난 나답게 더 빛나져!"


남 눈치s, Why do you care?
I'm just 달릴 거야 멋대로
Still, pinky 노을빛 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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