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말을 기다리는 이유
2024년 12월에도 2023년에 이어 넷플연가에서 음악 결산 이벤트를 진행했다. 12명의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준비했던 기록을 꺼내어 본다. 이로서 나의 2024년도 (진정한) 마감이다. 마무리하다 보니 2025년이 온 것은 함정이지만...
먼저 음악 애호가의 관점에서 이 글을 작성한 것임을 밝히며 글을 시작해 본다.
#여성 아티스트
2024년은 눈에 띄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앨범 단위 결과물이 많았다. 상반기부터 평단과 대중 모두를 만족시킨 앨범들이 이어졌으니.
Sabrina Carpenter,「Short n’ Sweet」
Billie Eillish,「HIT ME HARD AND SOFT」
Ariana Grande,「eternal Sunshine」
Beyonce,「COWBOY CARTER」
Taylor Swift,「THE TORTURED POETS DEPARTMENT」
Charli XCX,「BRAT」
장르로서의 팝을 가장 좋아하는 나로서는 Sabrina Carpenter를 2018년부터 좋아하기 시작했다. Singular Act I 앨범을 즐겨 들었고, 그다음 해 나온 Singular Act II 앨범을 매우 즐겨 들었다. 특히 'Pushing 20'와 'Exhale'은 나의 최애곡 중 하나라 지금도 종종 생각나면 듣는다. 여하튼, Olivia Rodrigo의 'Driver's Liscense'가 전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하면서 본의 아니게 Sabrina Carpenter가 소환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디즈니 아역배우 출신으로 꾸준히 음악을 해오며 10년 여가 지나 본인의 앨범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건 인간적으로 대단하다. 어찌 됐든 꾸준히 본인의 음악으로 활동을 해온 것이 빛을 발했다는 사실에 개인적인 응원을 더하고 싶다. 사실 올해 나온 「Short n’ Sweet」는 전형적인 팝 앨범으로, 언제 어디서나 꺼내 들을 수 있고 기본적인 팝으로서의 효용가치를 충실히 하는 앨범이다.
Billie Eillish의 이번 정규 3집 앨범도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Birds of a feather'는 가히 올해의 노래라 할 만하다. 아름다운 서정성, 그리고 거기에 빌리의 감성이 더해진 노래다. 특히 스피커로 들으면 곡 후반부에 악기의 선율이 펼쳐지는 부분이 더욱 유려하게 들린다. 이전 앨범에서는 너무 딥한 무드, 너무 우울하거나 파고드는 부분이 있어 듣기 어렵기도 했다면 이번 앨범은 적당히 깊고 적당히 멜로디컬한 노래들도 있어서 훨씬 듣기에 좋았다. 이번 앨범 역시 친오빠 FINNEAS와 작업했는데, 이분의 정규 앨범도 무척 좋으니 한번 체크해 보시길.
Ariana Grande의 앨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Eternal Sunshine'을 주제로 13개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프로듀서 Max Martin과 3개월 만에 만든 앨범이라고 하는데, 현재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그걸 음악적으로 듣기 좋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역시 올해의 팝 앨범으로 꼽을만하다. 이것이 프로의 세계겠지... 공감 가는 가사들도 있고 무엇보다 아주 듣기 좋은 세련된 팝으로, 아리아나의 보컬 역시 정점에 이른 듯하다. 자유자재로 멜로디를 왔다 갔다 하는.
비슷한 지점에서 짚고 넘어갈 앨범이 Taylor Swift의 정규 10집이다. 그녀 역시 이별의 고통을 겪으며 그것을 앨범으로 풀어냈다. 무려 30곡이 넘는 앨범으로 말이다. 인상적인 트랙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듣기 좋았다. 영어 가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청자라면 더욱 잘 들었을 텐데 - 하는 부분이 테일러 노래에서는 항상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특히나 테일러의 곡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가사가 중요한데, '고통받은 시인의 부서'라든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번외로, 지난해 국내 출판사에서는 처음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를 다룬 책이 번역되었다고 하여 그냥 구입했는데... 다소 실망했다. 그녀의 어록이므로 참고하시길.)
이외에도 Tori Kelly, Destiny Rogers, Clairo, bebadoobee, Griff, Halsey, Laufey, Gracie Abrams, NIKI 등 개인적으로 즐겨 들었던 여성 정규 앨범들도 많다. 적어놓고 보니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모로 대중성과 음악성을 만족시킨 즐거운 앨범들이 많았다.
그리고 현시점 가장 핫한 팝스타인 Chapell Loan을 뺄 수 없겠지. 비록 그녀의 정규앨범은 2023년에 첫 발매되었지만 2024년 역주행을 하며 가히 올해의 신인으로서 눈도장을 모두에게 찍었다. 롤라 팔루자에서의 인상적인 무대의 호응에 힘입어 25년 coachella, primavera festival 등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이름을 올렸다.
2024년의 단어라고 할 정도로 거의 문화적 현상이 되어버린 'BRAT*'. 24년 미 대선에도 활용되는 밈으로 등극했다. 단순 SNS 바이럴이 아니라, 12월 초에는 Charli XCX의 미국 내 앨범 판매량이 백만 장을 돌파하기도 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음악으로 인정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hyper pop보다는 듣기 편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는 앨범의 메시지가 크게 공감을 받은 것이다.
*brat: 버릇없는 아이, 말 안 듣는 아이
#Country
지난해 Morgan Wallen이 불러온 컨트리 음악의 인기가 더욱 강력해졌다. 이제는 전통적인 - 미국 남부, 노동층으로 대표되는 보수 백인 남성층만 듣는 음악이 아닌, 음악 장르로서 더욱 대중화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Post Maloane도 컨트리 앨범을 냈다. 무엇보다 '흑인 여성' 아티스트로서 Beyonce가 무려 27곡의 full country album을 내놓은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백인이 아닌 흑인, 그것도 여성이 컨트리 뮤직을 한다는 것은 과장 보태서 외국인이 아리랑을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컨트리 음악의 출발은 애초부터 백인 남자로 대표되는 미국 노동층이 향유하던 노래기 때문이다. (미국 현 부통령이 된 존 밴스의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도 컨트리 음악이 나온다.) Beyonce의 새 앨범은 호평을 받았다. Tim mcgraw, Dolly parton, Luke combs 등 전설적인 컨트리 뮤지션들과도 함께 했고, 여성 및 신진 아티스트와의 협업곡도 눈에 띄었다. 이 앨범에 함께 참여한 Shaboozy 역시 빌보드 차트에서 Tipsy song이라는 싱글로 올해 활약을 했는데, Beyonce 앨범의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할 수 있겠다.
#Again
2024년에는 반가운 소식 또한 많았는데, 밴드 Oasis의 재결합 소식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1980년대 왕성하게 활동하며 고딕장르의 음악을 했던 영국 록밴드 The Cure가 16년 만의 새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국 밴드인 Linkin Park 또한 새로운 보컬(그것도 여자) Emily Armstrong을 영입해 7년 만에 세계 투어를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가장 핫한 슈퍼보울 하프타임쇼에 Usher가 등장해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9번째 정규앨범을 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Chris Brown도 35곡이나 되는 정규앨범을 냈고, Eminem 또한 'The death of slim shady'라는 앨범으로 평단과 대중성 모두 잡았다. 이런 걸 보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싶다.
*올해 발매된 음악을 우선으로 선정했으나 아닌 것도 있음 (개인 사연 이슈)
*나열 순서는 순위가 아님
올해의 노래
JAESBEE - 너와의 모든 지금
최유리 - 들뜨지 않은 마음
미란이 - 넘어지고 싶어
윤하 - 태양물고기
Kiss of Life - R.E.M
Clairo - Slow dance
Billie Eillish - Birds of a feather
NCT 127 -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아가자
ENHYPEN - highway 1009
homezone, Kid Wine - Puzzle
옥상달빛 - Happy Ending
하현상 - 사랑이라고 말해줘
도영 - cry
Groovyroom, 허윤진, Crush - Yes or No
hiko - 날 사랑하는 너에게
로꼬 - 덤
한로로 - 사랑하게 될 거야
정우 - 허물
올해의 앨범
윤하 - GROWTH Theory
존박 - psst!
Johnny Stimpson - Emotional Cowboy
Clairo - Charm
구름 - 나폴리탄 악몽 산책
도영 - 청춘의 포말
옥상달빛 - 40
GEMINI - In too deep
Destiny Rogers - Still your girl
Paul Partohap - Lovers ATLAS
올해의 아티스트
윤하
구름
올해의 가사
내게 언제의 나를 사랑하냐고 물으면
바로 지금
날 알아보고 날 믿어주는 너와의 모든 지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었어
지나간 모든 순간들
- JAESSBEE, 너와의 모든 지금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춰
어기지 않은 약속 태양이 건네줬던 힘
어떤 누구의 얘기도 기꺼이 미소 짓도록
단단한 내가 되기를
하늘 담은 바다처럼
- 윤하, 태양 물고기
나도야 너보다 더 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
가족과 남, 친구 사이, 너와 나
이름 모를 네가 있어
- NCT127, 사랑한다는 말의 뜻을 알아가자
우리가 서로의 뒷면을 전부 알 순 없지만
- 오마이걸, Classified
내가 참 오래있던 겨울이 또 온대도 괜찮아
난 뜨거울줄 아니까
- 미란이, 넘어지고 싶어
드디어 난 너에게 하나도 바라지 않고
서운한 마음 없이 널 좋아해
- 구름, 맡겨놓은 마음
널 좋아해 이말에 정말 예쁘게 그녀가 웃었다
- 데이식스, 그녀가 웃었다
올해의 공연/라이브
GMF 솔루션스, 이고도 (GMF에서는 늘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온다)
최유리 들뜨지 않은 마음 - 그리고 숲, 바람..
올해의 발견
도영 (이렇게 노래를 잘했을 줄이야)
인니팝 (나중에 한번 글로 다뤄야겠다)
이고도 (mouse 노래로 대표되는 나의 어느 시기가 있었더랬지)
올해의 출근송
윤하 - 태양물고기 (별일 아닐 거라 했지?)
Triple S - Girls never die (다시 해볼까?)
RM - Groin
개인적으로는 올해 플레이리스트 유튜브를 시작한 게 뿌듯하긴 하다. 내년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으면 말고. 그냥 나의 취향을 다양하게 큐레이션한 노래들을 누군가 즐겁게 들어준다면 그걸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그래도 꾸준히 하는 건 목표! 다들 구독구독미.
서두에 말했듯 2024년 12월에도 넷플연가에서 음악 결산 이벤트를 진행했다. 감사하게도 모집 인원 12명이 모두 마감되었다. 음악 모임장으로서 음악 트렌드와 추천 앨범 등 지식적 측면도 전달해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12명이 모인 만큼 이번에는 각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도록, 모더레이터 역할을 잘 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야기를 잘 나누기 위해 나름 새로운 방법도 시도를 했는데. 정말 다양한 색깔의 음악들로 채워지는 각양각색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리고, 음악계의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내가 선정한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국내 앨범/트랙 (2024년 발매 기준)
이밖에도 즐겨 들은 앨범은 많지만, 그래도 '소개'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 앨범을 더 꼽았다. kpop에서는 태용, 텐, NCT, NCT WISH, 아이린 등 SM에서 올 한 해 만들었던 앨범들이 대체로 괜찮았다. YOUNG POSSE의 노래들도 인상적이었다. 올드스쿨과 90's R&B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연말에 나왔던 'ㄱ ㅓ리에서...' 노래도 매우 매우 좋게 들었다. 해외 추천앨범으로는 너무 많지만... 앞서 말했던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앨범들을 강추한다. (특히 Clairo, bebadoobee)
누군가 내게 이 귀찮고 지난한 회고를 왜 굳이 굳이 하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상들을 조금 더 의미 있고 특별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기억은 망각되고, 그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도 금방 사라지지만.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순간은 늘 있었고, 그 기억들이 덜 잊힐 수 있도록 수납장에 차곡차곡 쌓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순간들엔 항상 음악이 있었고! (늘 새해 첫곡을 고민하는 사람)
올 한 해도 나의 모든 순간들을 다양한 색깔의 음악으로 채워갈 생각에 나름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