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제목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 출판 : 문화사상
이 책은 (책 기준) 23년간 달리기를 해 온 작가가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한 내게 들려주는 희로애락이다.
이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조차 머릿속에서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었지만, 나는 그 이상함을 이상함으로 느낄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는 달린다는 행위가 거의 형이상학적인 영역에까지 이르고 있었다. 행위가 먼저 거기에 있고, 그 행위에 딸린 것 같은 존재로서 내가 있다. 나는 달린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제6장 이제 아무도 테이블을 두드리지 않고 아무도 컵을 던지지 않았다
달리기 초보자의 눈으로 봤을 때도 이 책은 재미있었지만,
나중에 10km를 거뜬히 달리고, 하프 마라톤에 나가고, 그 다음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는 분명 또다른 감상으로 이 책이 재밌을 거라고 확신한다.
뭐… 그건 내가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전제에서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적어도 달리기를 그만 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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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달리기를 왜 좋아하게 됐느냐.
달리기는 내게 이룰 수 있지만 노력해야지만 다다를 수 있는 바로 눈 앞의 목표를 주고
그걸 달성하면 딱 그만큼의 보상을 준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20대를 지나
안정적인 환경에서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30대가 됐다.
목표하는 것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다 보면 자신이 제자리걸음하는 멍청이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런 시기에 나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땀흘리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그 즐거움은 나를 "달리기"에 입문하게 했다.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유익한 운동인 동시에 유효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나는 매일매일 달리면서 또는 마라톤 경기를 거듭하면서 목표 달성의 기준치를 조금씩 높여가며 그것을 달성하는 데 따라 나 자신의 향상을 도모해 나갔다. ~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 제1장 누가 믹 재거를 비웃을 수 있겠는가?
달리기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확실한 보상도 없다.
나는 체력이 견뎌주는 날엔 전 날보다 100m, 200m, 때론 500m씩 거리를 욕심내보기도 하고
집에 얼른 돌아가고 싶을 때는 괜히 페이스를 올려보기도 한다.
그럼 달리기 기록은 매번 조금씩 향상된다.
더불어 내 심폐건강의 지표라고 생각하는 "최대산소섭취량"도 달릴 때마다 개미 눈물만큼씩 좋아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보상은 고양감.
오늘의 목표치만큼을 쉬지 않고 달리고 나면, '달리는 나, 좀 멋질지도…!'하는 고양감에 흠뻑 젖는다.
그럼, 나는 이제 더이상 멈춰있는 멍청이가 아니게 된다.
-
나는 현재 기껏해야 5km 정도의 거리를 달린다.
그걸 갖고 달리기에 관해 떠들 수 있는거냐고 말한다면…
학창 시절에 체력장을 하면, 오래달리기 부분에서 말그대로 가장 "오래" 달리던 사람이 나였다.
(도착지에 가장 늦게 들어왔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이 5km를 달린다는 것은 절대 우습지 않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지는 행위인 것이다.
누가 뭐라건 내가 나를 멋지게 바라보는 것.
그게 내 삶의 모토이고 그래서 나는 "멋진 나"이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작가는 책을 마치며, 자신은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나는 힘에 부치면 여지없이 걸었고 그 대신,
멈추지는 않았다.
개개의 기록도, 순위도, 겉모습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평가하는가도, 모두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나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 제9장 적어도 최후까지 걷지는 않았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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