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록] 쓸모없는 경험은 없어요.

#장편소설

by 늘보리

✿ 제목 : 싯다르타(SIDDHARTHA)

✿ 저자 : 헤르만 헤세

✿ 출판 : 민음사

나는 속물적인 인간이다.

...라고 말하면 비약이 있지만,

세속적인 것을 추구하고 체면을 중요시 여긴다는 면에서는 속물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동양사상에 뿌리를 둔 소설로, 석가모니와 동명이인인 "싯다르타"의 내면의 성장이 골자가 된다.


2부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1부는 무욕과 달관에 관해 말한다.

여기에는 앞서 언급한 동양사상에 대한 용어와 설명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로 인해 적잖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초반의 꽤나 높은 진입장벽을 느꼈다.


하지만 2부에 접어들면서는 후루룩 책장을 넘기며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었는데,

그건, 사문(이라고 말하면 체감하기 어려운데, 떠돌아다니는 자연인 정도) 생활을 하던 싯다르타가

여기서 벗어나 휘황찬란한 속세의 것들을 추구하면서 부터이다.


그의 말을 빌려,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그 스스로도 부러워하고 소유하며

거기서 느낀 불안하고 행복한 갖가지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또한번 속물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게는 없는데 그들은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즉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중요성을 부여할 줄 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들은 기쁨도 불안함도 열렬하게 드러낼 줄 알았으며 영원한 열애(熱愛)의 불안하지만 달콤한 행복을 맛볼 줄 알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줄곧 자기 자신에게, 아내에게, 자식들에게, 명예나 돈에, 여러 가지 계획이나 갖가지 희망에 홀딱 반해 있었다.
- 윤회


흔히들 속물적인 것, 그러니까 속세의 "쾌락"과 "부"를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과

또 이를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


지금 나의 눈에 보이는 이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들과 내 피부로 느껴지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들,

또 내 혀가 받아들이는 달고 쓴 것들, 이렇게 감각할 수 있는 것들이야말로

나에게 행복을 주고 나에게 고통도 주지만 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속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할 때, 그것들을 경계하고 또 부정적으로 그리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또한 작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야 한다고, 심지어 이로 인한 절망의 경험까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의 육신의 경험과 나 자신의 영혼의 경험을 통하여 이 세상을 혐오하는 일을 그만두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하여, 이 세상을 이제 더 이상 내가 소망하는 그 어떤 세상, 내가 상상하고 있는 그 어떤 세상,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해 낸 일종의 완벽한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둔 채 그 세상 자체를 사랑하기 위하여 그리고 기꺼이 그 세상의 일원이 되기 위하여, 내가 죄악을 매우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내가 관능적 쾌락, 재물에 대한 욕심, 허영심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그리고 가장 수치스러운 절망 상태도 필요로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 고빈다


-


이 소설은 나에게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라거나, 삶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거나,

무엇이 옳거나 그르다고 알려주지 않는다.


싯다르타는 제아무리 완성자인 부처라고 해도 "고타마"의 말에서 가르침을 구하지 않았다.

싯다르타가 강물에서 깨달음을 얻었 듯이, 책은 나에게 질문한다.


그렇다면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당신은 어디에서 그 깨달음을 얻었느냐고.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그게 무엇이든 당신 스스로 경험해보고 깨달아야 한다고.


"~ 우리가 '배움'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오, 친구,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앎뿐이며, 그것은 도처에 있고, 그것은 아트만이고, 그것은 나의 내면과 자네의 내면, 그리고 모든 존재의 내면에 있는 것이지. 그래서 난 이렇게 믿기 시작하였네. 알려고 하는 의지와 배움보다 더 사악한 앎의 적은 없다고 말이야."
- 사문들과 함께 지내다

이전 09화[#책읽기록] 달리기 = 가장 정직한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