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록] 우연(春)

#에세이

by 늘보리

✿ 제목 : 파타(PATA)

✿ 저자 : 문가영

✿ 출판 : 위즈덤하우스

나는 사실 유명 연예인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면 왜인지 항상 반감을 갖는 편이었다.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띠지에 걸린 그 유명인의 사진을 보고 베스트셀러 단상에 올라간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인 듯하다.


래퍼 송민호의 그림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일본배우 스다 마사키의 노래를 좋아하는 주제에

왜 유독 연예인이 작가가 되는 것에만 엣헴-하는 건지, 지독한 선입견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이 나에게 보여주는 건, 작가 문가영 아니 파타(PATA)의 일기였다.

그리고 그가 가진 가치관, 신념을 엿보면서 공감하기도 또 새로운 관점을 알아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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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관련해, 공감에서 비롯된 두 가지 소소한 어떤 일화가 있었다.


그 첫 번째는 가벼운 우연이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구절에 인덱스를 남겨 놓고, 다 읽은 후에 그걸 전부 타이핑 해 스크랩한다.

이 책 바로 전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었고, 여느 때처럼 인덱스를 스크랩했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인덱스를 빼먹었길래 이 책을 읽는 도중에 옮겨 적었는데,

타이핑을 하다보니, "어? 나 이 내용 조금 전에 읽었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파타의 시간은 시계방향으로 도는 원이 아닌 직선의 모양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흘러가는 하나의 선에는 기준점이 될 만한 홈이 없다.
- 존재의 기록(19)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카레닌의 미소(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두 작가는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건 관점이기 때문에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나를 포함해)이 당연히 여럿 있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실제로 "밀란 쿤데라" 작가의 책을 좋아해 영향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럼에도 인용할 수 있는 수 많은 구절 중에 하필 그 문장이 두 사람을 통해 동시에 들어온거고,

그 당시에는 이 소소한 우연이 재밌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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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아주 낭만적인 찰나였다.


완연한 봄날씨를 만끽하고파, 점심시간마다 산책과 독서를 모두 즐기던 때가 있다.

여느날처럼 책 한 권을 들고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는 길이었는데,

그 날 내가 손에 든 책은 이 빨간색 표지의 "파타(PATA)"였고, 청자켓을 입은 내 팔 위로 분홍 벚꽃잎이 바람에 날아와 앉았다.

나는 그 순간이 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모먼트라고 생각해 잠시나마 취해있었고

그 기억은 꽃잎과 함께 책장 사이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작가는 그걸 "낭만적 흔적"이라고 이야기했다.


~ 또 다른 날에는 두 손을 조심히 모아 들어온 그녀의 손 안에 네 장의 벚꽃잎들이 담겨 있었다. 놀이터에서 책을 읽다 바람이 불어 벚꽃잎들이 책 사이에 끼었다고 한다. 절대 본인이 주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더니 낭만적인 흔적이라며 우연히 떨어진 그 페이지에 벚꽃잎을 붙였다.
- 존재의 기록(38)


두 가지 일화 모두 "우연"이 만들어낸 일이었고, 그로인해 작가와 내가 가까워지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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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가가 하는 말엔 은유적인 표현도 많고 함축적인 표현도 많아서 그가 숨겨놓은 의도에 비해 내가 알아낸 것들이 적을 것 같다.

그치만 이런 하나하나의 작은 일화들이 작가와 나를 이어주고,

내가 이 책을 더욱 특별하게 기억하게 하는 모티프가 되어주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