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 제목 : 위대한 개츠비
✿ 저자 : 스콧 피츠제럴드
✿ 출판 : 더스토리
나는 나와 대화가 통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에게 인생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건 내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부전여전이라고, 그건 아마 우리 아빠가 예비 사윗감의 성향을 파악하려고 할 때
좋아하는 삼국지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동명의 영화를 인생영화로 꼽는 지인 덕분에 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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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지금보다 한참 이전인 1920년대지만 경제적인 부에 의해 차별이 생기기도,
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기도 한다는 점은 지금의 시대와 닮아 있다.
그런 시대 안에 순수하게 사랑에 대한 낭만과 열정을 간직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그동안 그가 품어 온 어마어마한 환상의 힘 때문이다. 그 창조적인 열정은 데이지의 현실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초월했다. 개츠비는 직접 그 환상에 뛰어들어 하루하루 독창적인 열정을 확대시키고 끊임없이 부풀렸다. 그리고 자기 앞에 떠도는 찬란한 깃털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아무리 뜨거운 열정과 순수한 애정이라도 한 남자의 가슴에 쌓아 둔 영적인 환상에는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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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만능주의 시대에 개츠비 또한 데이지를 사랑하게 된 배경에는 그녀가 가진 물질적인 부가 있었고
자신이 갖지 못했기 때문에 더더욱 열정적으로 갈망했으며
그로 인해 생긴 환상이 그를 위대한 사랑을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으리라.
즉, 내가 보기엔 "그"가 위대한 게 아니라, "그가 하는 사랑"이 위대하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뭔가……."
내가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죠."
개츠비가 내 말을 받아쳤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는데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충만했다. 데이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높낮이의 매력은 바로 돈이었다. 찰랑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심벌즈 소리처럼 요란하기도 했다. 하얀 궁전의 저 높은 곳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으로 만든 소녀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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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좋아한다던 동명의 영화에 대한 내 기억을 되짚어보면,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우연히 본 그저 그런 작품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추천해 준 "그"를 보다 이해해보고 싶어 영화를 다시 보고 그 원작 소설까지 읽게 됐고,
그러고나니 그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와 소설의 장면을 나 또한 좋아하게 됐다.
그 장교는 줄곧 데이지만 쳐다보고 있었어요. 젊은 여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자기를 사랑스럽게 봐주길 바랄 거에요. 그 장교의 눈빛이 바로 그런 눈빛이었어요. 너무 낭만적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 장교가 바로 제이 개츠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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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장면이 좋았다곤 해도 그걸로 내 인생영화가 바뀌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제 《위대한 개츠비》라는 영화는 아름다운 미쟝센으로 기억되는 애정어린 작품이 됐으며,
그 원작 소설은, 읽으면서 영화를 상상하게 하고 그 장면 속으로 나를 데려가
내가 왜 이 작품에 애정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시킨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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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이런거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로맨스 영화도 누군가의 인생영화라는 말에 갑작스레 관심이 생기는 그런거.
내가 누군가에게 취향을 묻고 그에게 내 취향을 기꺼이 소개함으로써 서로의 이정표를 확인하는 것.
당신의 혈액형이 무엇이고 또 어떤 MBTI를 가졌는지 묻는 것처럼
영화취향이라는 것도 그저 하나의 질문에 불과하지만
나는 그 안에서 그 사람의 성향, 나아가서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본다.
이건 당연히 그 사람을 나타내는 지극히 단편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작품 중에 하나를 꼽았다는 것은,
그것이 두고두고 뇌리에 남겨둘 만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들 본인의 취향과 선호에 딱 맞는 인생영화를 만나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나"의 일부라고 소개해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난다면 더더욱 행운이겠고.
그래서...
다들 《베이비 드라이버》는 재밌게 보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