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에세이클럽
여행에서 날씨 운이 안따라주는 것 같으면서도 어찌보면 운이 좋은, 최악은 면했지만 차악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제주도 여행도 그랬다.
제주도는 3 주가 넘도록 맑은 날과 여름에 가까운 더위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우리가 출발하는 날의 일기예보만큼은 심상치 않았다. 비가 오는데 '많이' 올거라는 것. 그래도 오다 말겠지, 비구름 반대편으로 가면 되겠지 했다.
어째 가기로 한 목적지마다 폭우의 한 가운데인 것이며 호우 경보는 밤새도록 강도를 더해가며 업데이트 되는 것이냐.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는 하필 포구 바로 옆. 파도 소리와 휘몰아치는 비 바람에 한숨도 못잤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집을 메뚜기로 건너건너 다니고 흐리긴 해도 커피 한 잔 마시며 바라보는 함덕 해변의 맛도 좋았다. 비 오는 창 밖을 보며 먹는 뜨끈힌 해장국 한 그릇은 말해 뭐해.
뭐랄까 날씨라는 게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도 있다 납득해버리니 이번에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다. 속 편한 세상, 해장국과 막걸리는 투썸즈업이고.
물론 어른들을 모시고 간 가족여행이라 입맛 맞추랴 취향 맞추랴 괴롭고 짜증도 나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그 때는 못견디게 답답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련하다. 조천 포구 회센타에서 두툼하게 썰어 온 횟감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익숙하면서도 낯선 7-80년대 음악들, 가족 모두 흥이 올라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모습이 참 애잔했더랬다. 삶이란 왜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운지.
서울로 돌아오는 날,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비행기는 연착도 없이 잘 출발했다.
거봐 최악은 아니어도 차악은 간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