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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이끌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아마 사람마다 다른 대답을 할 것입니다. 그것은 각자의 경험과 신념에 근거한 것이니까요. 그 말들은 저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섣불리 무엇이라 단정지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조직을 이끌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직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명료히 밝히는 것”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어디로 가는지가 모호한 채로 사람들을 이끌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다양한 접근법과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개념들이 있습니다. 어떤 개념들은 서로 유사해보이고 서로간 구별이 어렵럽습니다. 여러분은 비전, 목표, 목적, 사명, 미션, 핵심가치, 역할과 책임 등이 다들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명료히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까? 아마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이는 단어이기에 오히려 단어가 지시하려는 개념이 더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학문적인 지역에서 쓰이는 단어라면 각각의 개념들을 명료하게 구분하여 쓰이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럴수 없으니까요. 실무단계에서 이를 명료하게 구분하고자 하는 시도는 다음과 같이 제지당하기 일쑤입니다.
“그게 그거 아냐?”
“그냥 대충 하자”
사실 그게 그것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조직의 목표와 비전 등등을 접하게 되는데, 어떤 조직은 그것이 참 잘 예쁘게 정돈되었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조직은 그래서 대체 뭐가 뭔지 좀 아리송할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정확히 무엇 때문에 잘되고 잘못되었는지는 모르지만요. 멀리 가지 말고 여러분이 속한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 등등이 적혀 있는 문서를 하나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서 어떤 감흥이 느껴지십니까? 마음이 정돈되는 것이 느껴졌나요? 아니면 읽을 수록 답답함을 느껴지거나 혹은 아무런 가슴 깊숙한 곳에서 냉소적인 생각이 드시나요?
그 느낌에 근거하여, 저는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개념들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개념들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혼란스러워진 단어 뒷편에 숨어있습니다. 마치 분명히 하늘에 달이 있는데, 손가락들이 너무 많은 형국이죠. 너무 많은 손가락들이 달을 찾을 수도 없게 하거니와 달이 마치 여러개 있는 듯, 또는 달이란 것은 원래 없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으로 시도하고자 하는 일은 손가락을 재조정하는 일입니다. 이는 흔히 하듯이 목표, 비전 등등 각 단어 그 자체를 연구하는 방향으로는 도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목표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인가? 목표(目標)의 한자는 각각 무엇이고 그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다른 문화권의 언어에서 비슷한 낱말은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영어는? 프랑스어는? 아랍어는? 이러한 작업으로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없습니다. 이건 각각의 손가락을 분석할 뿐 달을 찾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방향을 반대로 가고자 합니다. 대담하게 먼저 관련한 이론을 밑바닥부터 다잡아서 필요한 개념을 정의내린 뒤, 각 개념을 명명하는 방향으로요. 이것이 달에서 손가락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그리고 개념을 명명할 때, 가장 좋기로는 아예 새로운 표현을 찾아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만, 그것은 저의 능력을 넘는 범위이기도 하거니와, 이미 수많은 단어 속에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에게 더욱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고,기실 기존의 단어가 가진 의미에서 그렇게 큰 거리가 있는 개념들이라고 보기도 어렵기에 기존에 단어를 그대로 끌어와 붙이고자 합니다.
이렇게 이론에 바탕을 두고 단어를 정의를 내려야 비로소 '그게 그거 아냐?' 라는 말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많은 팀들이 바로 앞의 업무에 치여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문서화하는 것에 대해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낍니다. 그런 것은 실제 일을 잘하게되는데에 하등 쓸모가 없다는 생각 또한 팽배합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러한 업무를 그냥 대충 해버리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팀이 하는 일이 불분명합니다. 팀이 하는 일의 최종 결과물이 불분명합니다. 팀이 무슨일을 하고 무슨일을 할 수 없는지 불분명합니다. 구성원에게 업무 지시의 이유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구성원에게 팀의 방향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팀이 하는 일이 각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불분명합니다. 팀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무엇을 우선시해야하는지 불분명합니다. 팀의 존재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이 모든 것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구성원은 마치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그것이 어디 문서로 정확히 적혀져있지만 않았을 뿐, 실제로는 존재한다고 얘기하실 수도 있다는 것을 압니다. 저의 주장은 그것을 문서화하고 공개해야한다는 것이지요. 그 효과는 팀의 일관성을 획득하고, 상세한 업무지시가 없어도 무리없이 수행하는 구성원, 시키지 않아도 먼저 일을 찾을 수 하는 기반 획득 등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효과는 '일의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젊은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일의 의미'가 업무 몰입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지만,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라는 내용 또한 설문조사에서 상위권으로 나옵니다. 저의 경험상 '일의 의미'라는 것은 기성세대가 가장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의 의미? 의미있는 일? 그게 뭐지? 그냥 시키는대로 일하고 돈 벌고 오래오래 다니고 인정받고, 회식하고 뭐 그런거 아니었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더 폭넓은 일의 의미를 원합니다. 본인이 하는 일이 어디에 영향을 주고, 다시 그 영향이 자신에게는 어떤 것으로 돌아오는 지에 대한 큰 지도를 원합니다. 지금의 세대는 이전의 세대보다 스스로를 더 개인으로서 강하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조직의 방향과 관련된 개념(목표, 비전 등)이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게 어떠한 울림도 주지 못한다는 데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개념을 새로 세우는 것 못지 않게 동시에 이를 개개인에게 어떻게 설득하고 일치감을 찾아나가는지에 대한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앞으로 아래의 일들을 본 시리즈에서 해나가보고자 합니다.
개념 새로 세우기 (미션, 비전, 핵심가치..)
조직과 구성원의 일치감 찾기
또한 이 시리즈는 5~8명 정도를 이끄는 조직의 팀장님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이보다 더 거대한 조직은 저보다 훨씬 똑똑한 분들이 모여서 조직의 목표들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기에, 제가 감히 더하고 빼고 간섭할 수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형 조직의 팀장님들은 이런 조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분들이 간단히 참고하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