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유사민 작가를 만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11월 23일 오전 7시. 박종원 후보 캠프 1층.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박종원 후보와 스태프들은 1층에서 우삼겹, 대패삼겹살 등을 구워 먹으며 삼삼오오 대화 중이었다.
이것이 바로 박종원 후보 캠프의 흔한 조찬 미팅 풍경이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음식을 먹으며 자유롭게 그 때 그 때의 이슈로 대화한다.
이 캠프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토크쇼가 열린다.
건물 곳곳에 거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서 대화의 내용은 녹화가 되기에 빠지는 정보들은 없고,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은 숨길 것도 없고 거짓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불편해하지 않느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무언가 수작 혹은 공작이라도 하려는 이들이 있다면 캠프 외의 공간에서 하면 될 것이다.
박종원 후보에게는 전담 카메라가 따라 다닌다.
화장실을 갈 때만 빼고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는데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가 혼자 있거나 가족과 있을 때만 카메라가 휴식한다.
물론 전담 카메라 감독도 근로 시간을 정해 교대로 하고 있다.
"내가 대패삼겹살 만들게 된 얘기는 많이 아시죠? 저쪽 시장 안쪽에서 완전쌈밥집 할 때 삼겹살을 내가 썰어보겠다고 한 건 좋았는데, 그땐 어려울 때니까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고 저렴한 고기 썰기 기계 샀다가 낭패 본 거잖아요. 삼겹살이 반듯하게 썰려서 착착착 나와야 하는데 자꾸 돌돌돌 말려서 나오는 거야. 처음엔 그걸 하나하나 손으로 펴서 접시에 담아 내놓곤 했어요.“
박 후보는 돌돌 말려 있는 삼겹살 하나를 집어 접시에 올린 다음 양 손으로 잡고 폈다.
“근데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밀려드니까 에라 모르겠다 돌돌돌 말린 채로 그냥 접시에 얹어서 나갔거든요. 근데 손님들이 더 좋아하는 거야. 푸짐하다 하고. 그때부터 빚을 슬슬 갚아나가기 시작했죠. 그러고 보면 인생이라는 게 정말 어떻게 풀릴지 정말 몰라요."
알맞게 구워진 대패삼겹살 한 점을 입 안에 넣는데, 홍보실 스태프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태블릿을 내밀었다.
"후보님, 첫 번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오~ 그래요? 어떻죠?"
대박이었다.
출마 선언 후 이틀 뒤에 나온 첫 여론조사에서 박종원 후보는 3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대한사회연구소에서 박종원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부터 여론조사에 들어가 드디어 나온 결과다.
100% ARS 방식으로 했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국민이심 윤정열 30.4, 민지당 이정명 29.8에 이어 박종원 후보가 21.3%p가 나온 것이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는 2.2, 정이당 심상순 2.1, 새로운꿈결 김동인 0.6가 나오고 아직 지지 후보 없음은 10%p 가량이 나왔다.
이전까지 수도 없이 쏟아진 많은 여론조사들이 윤정열 후보와 이정명 후보가 30%p 전후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가 5%p 즈음에서 도토리 키 재기 해오던 흐름을 단번에 바꿔버린 것이다.
이제 모든 여론조사는 지금까지의 4자 구도에서 5자 구도로 판을 바꿔버렸다.
“후보님, 단숨에 빅3가 되셨네요. 축하합니다!”
“축하는 무슨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까 밥 든든하게 먹고 계속 가자고요.”
짝짝짝짝짝.
캠프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박수를 쳤다.
박종원 후보도 일어나 같이 박수를 쳤다.
“오늘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죠?”
일정을 담당하는 매니저 길중화가 휴대폰을 보며 얘기했다.
“점심에는 ‘박종원 후보와의 점심’이라는 tvM 신규 프로그램이 있고요, 저녁에는 jpbc 8시 뉴스에서 인터뷰가 잡혀 있습니다. 주말에는 기자들하고 얘기하는 관인토론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얘들아 밥 먹자’는 준비 좀 되고 있나요?”
“네, 내일 아침 대산고등학교 2학년 6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준비 중입니다.”
‘얘들아, 밥 먹자’는 2000년대 초반 MBS 방송사의 공익 버라이어티 <물음표>의 히트 코너였던 ‘신동협의 아침밥을 먹자’를 다시 해보자는 기획이다.
11월 18일 시행된 수능이 내년으로 다가온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차려 힘을 주자는 것.
제비뽑기로 선정된 한 고등학교를 은밀하게 제안했고, 마찬가지로 선생님들의 제비뽑기로 결정된 한 개의 반이 대상이 되었다.
“2학년 6반이라… 한 반만 해도 괜찮겠어요?”
“물론, 선정되지 못한 학생들은 부럽긴 하겠죠. 그래도…”
“그 학교 2학년하고 1학년이 전체 몇 명이나 되죠?”
“1학년이 한 개 반에 25명 씩 해서 6개 반, 2학년이 30명씩 해서 8개 반이니까, 학생들만 해도 390명이네요.”
‘어떻게 생각해요, 박 작가?’
박종원 작가야 몸속에 들어온 처지에 뭘 상관하겠는가.
‘박 후보님, 통 크게 가죠.’
박 후보는 씩 미소 지었다.
“모든 학생들에게 아침 다 차려줍시다. 선생님들까지 하면 얼추 450인 분 정도 만들어보죠 뭐. <생방송 100인분 토론>도 매주 했잖아요.”
“알겠습니다. 학교에서 난리 나겠는데요?”
느끼셨는가.
박종원 후보의 일정은 먹는 것을 중심으로 짜여 지고 돌아간다.
아침에는 누구를 만나 무엇을 먹을까, 점심에는 또 무엇을 먹을지, 저녁에는 어떤 음식을 할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괜히 어려운 말로 조찬회동이니 오찬회동이니 하지 않는다.
아침, 점심, 저녁이고 야식이 추가되기도 한다.
‘다 먹자고 하는 일’이라는 철학을 모든 행동에서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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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전 10시.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
하얀색 세단 한 대가 조용히 한 건물 앞에 섰다.
운전석에서 나온 사람은 바로 박종원 후보였다.
늘 옆에 있던 전담 카메라도 없는 혼자만의 외출. 건물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잘 될까, 박 작가님?’
‘이 분을 꼭 설득하셔야 해요. 잘 아시잖아요.’
‘그야 잘 알지만 나를 도와주실까요.’
‘부딪쳐보세요, 박 후보님.’
‘알았어요, 박 작가님.’
‘작업실’이라고 쓰여 있는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어이고, 어서 오세요. 박 대표님, 아니 이제 박 후보님이죠.”
“별 일 없으셨죠, 유사민 작가님.”
유사민 작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 작가.
예전 정부에서 장관을 했고, 정당을 만들고 이끌어본 경험도 있고, 방송인으로서도 많은 활약을 해온 전천후 작가.
박종원 후보가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커피 향이 책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작업실을 가득 채웠고, 혼자 보기 아까운 두 거인의 토크쇼가 펼쳐지려는 순간이다.
“아니, 저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정치에 참여하신다고 하셨을 때도 놀라긴 했는데, 식당을 창당하셔서 진짜 재미있었거든요. 나는 그럼 작가들의 정당인 작당을 창당해볼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거든요. 근데 이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다니 솔직히 다시 봤습니다. 전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있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좌고우면 하지 않고 바로 직진으로 훅 들어갔다.
“유 작가님이 음식 좋아한다는 거 모르는 사람 없는데, 같이 <생방송 100인분 토론>에서도 죽이 잘 맞았잖아요. 그럼 저 좀 가까이에서 도와주시겠어요?”
“에이, 제가 정치하고는 연을 끊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그냥 가끔 이렇게 만나서 밥도 먹고 고기도 굽고 낚시도 하면서 지내요.”
“유 작가님, 전 정치는 잘 몰라요. 다만, 유 작가님도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는 건 잘 아시잖아요. 딴 거 없어요. 먹는 얘기 제대로 좀 해볼 수 있는 분으로 모시고 싶은 거예요.”
“박종원 작가 아시죠? 같이 했던. 그 작가가 작년인가 메일로 기획안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제가 낚시 좋아하니까 저하고, 유튜버 중에 구독자가 100만 육박하는 손맛의 추억이라는 분, 그리고 박 대표님이랑 해서 서너 명이 우리나라 삼면 바다만 다니면서 <신 자산어보>라는 프로그램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물어온 적이 있어요.”
‘헉! 맞다. 그런 적이 있었다.’
“저야 기획이 너무 좋더라고요. 박 작가는 내가 오케이 하면 박종원 대표를 어떻게든 설득시켜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나란 사람은 뭘 해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눈들이 많은데, 박종원 대표님이 저하고 방송을 하실까요? 그쪽에 먼저 물어보세요. 했거든요.”
‘맞다. 정확히 그러한 내용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럼, 나는 박종원 대표에게 기획을 전했냐고? 전했다. 다만, 그 기획이 박 대표에게 정확하게 배달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박 후보님, 이제 와서 여쭙네요. 그때 별 반응이 없었거든요. 어떻게 된 거였죠?’
‘그런 기획이 있었어요? 전 받은 적이 없는데요. 내가 하도 바쁘니까 알아서 커트한 거 같네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유 작가님. 그럼 이제부터라도 손잡고 같이 다니면 되지 않을까요?”
“허허허.”
유 작가는 그저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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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jpbc ‘뉴스로’ 스튜디오.
“네, jtbc 뉴스로, 한 주 동안 가장 많은 이슈와 화제가 된 인물을 직접 초대해서 대화 나누는 시간이죠, ‘이 사람’입니다. 오늘은 예고해 드린 대로 현재의 대선 구도를 그야말로 뒤흔들고 있는 사람,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후보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시청자 여러분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까요.”
“네, 국민 여러분.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입니다. 먼저 많이 부족한 저에게 큰 관심과 지지 보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매일 매일이 살얼음을 걸어가는 것 같은데요, 살얼음이 살짝 올라 있는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정치 해보겠습니다.”
“역시 식당 후보답게 말씀하셨네요. 지난 월요일에 전격적으로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지셨는데, 여론조사에서 단박에 빅3 구도를 만들어내셨어요. 어떻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도 놀랐습니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과분한 지지를 주셨나 싶습니다.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일이고, 정치라는 게 결국은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에 관한 한 근심 걱정이 없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당인 식당이나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관심을 주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출마를 선언하신지 이제 불과 이틀밖에 안 되었는데요, 선관위는 꾸려진 건가요?”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었습니다. 여기저기 제가 평소에 좋아하던 분들 찾아뵙기 시작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오늘 유사민 작가를 만나셨다는 정보가 들어왔는데요, 잘 되셨는지요?”
“네? 하하하. 야~ 이거 역시 jpbc 취재력은 대단하시네요. 예, 오늘 아침에 제가 유 작가님 작업실로 찾아갔습니다. 하하하.”
“어떻게 되셨는지요?”
박종원 후보, 씨익 미소를 지었는데…